남북 정상회담 개최의 대전제 Q/A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2일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이야기가 무성한 가운데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한 대전제를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이 재임하는 동안은 이 전제에 근거해야만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전의 한국 정부가 했던 관행처럼 북한에 정상회담을 하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이에 관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최근 한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서 이명박 한국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발언에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회담 개최와 관련해서 대전제를 밝혔습니다. 우선 그 내용부터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기자:

남북 정상회담의 개최에 관한 대전제는 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나왔습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위한 대가는 있을 수가 없다는 대전제 하에 남북 정상이 만나야 한다”면서 “이러한 원칙을 양보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남북 정상회담은 확고한 원칙 아래 추진할 수 있으며 그 원칙이 충족되지 않으면 성사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이런 발언은 이전 한국 정부와 차별을 두기 위한 데에 있다고 보입니다. 과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2000년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을 하는 대가를 북한에 주었다는 뒷거래 구설수에 휘말려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회담 대가로 돈이나 물품을 주는 관행을 더 계속하지 않겠다는 뜻을 알렸습니다.



앵커:

이 대통령이 밝힌 대전제는 어떤 의미를 지녔다고 풀이가 되는지요?


기자:

여러 의미가 있다고 보입니다. 정상회담의 개최와 관련해서 워낙 많은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이렇게 들뜬 상황을 일단 진정시키려는 발언으로 분석됩니다. 또 이전의 정부 시절 나왔던 뒷거래 또는 이면 거래에 관한 일부 계층의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보입니다. 2000년 정상회담은 북한에 돈을 주고 했다는 사실이 판명되기도 했습니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남북 정상회담에서 나타났던 대가 지불의 관행을 끊어버리고 앞으로는 회담의 틀을 바꾸겠다는 뜻을 널리 알린 셈입니다. 이 대전제는 남북 정상회담 개최의 아주 중요한 조건입니다.


앵커:

이 대통령은 어떤 배경 하에서 이같이 선언적인 의미의 대전제를 밝혔다고 보입니까?


기자:

이 대통령이 과거의 남북 정상회담에 아주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신문의 보도 기사를 보면 이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을 해야지 예방을 하는 형식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2000년과 2007년 정상회담이 열렸을 당시 한국 측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실질적인 의제를 논의했고, 한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면담은 윗사람을 예방하는 분위기로 진행된 측면이 있었다고 봅니다. 이 대통령은 보여주는 행사성의 회담보다는 성과를 거두는 실무형의 회담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이밖에도 합의문에다 북한의 관심사인 경제 지원만을 나열하지 말고 북핵 문제의 진전과 국군 포로와 납북자 문제도 함께 명기하기를 바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대통령은 실리를 감안하면서 앞으로는 원리원칙적인 기반 위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임하겠다는 뜻에서 이런 대전제를 밝혔다고 보입니다.

앵커:

앞으로 남북한이 정상회담을 열려면 몇 가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고 전망합니다. 남북이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정상회담 개최까지 갈 수 있는지요?


기자:

회담이 성사하려면 의제와 시기, 장소 등에서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남북한 정상회담과 관련해서 시기와 장소에서는 남한 측이 양보를 해서 그다지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의제를 정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장소는 이번엔 김 위원장이 답방하는 형식이어서 서울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작년 11월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장소는 서울이 아니어도 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국은 시기에도 많은 비중을 두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의제는 문제입니다. 이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하면 북핵 문제, 국군 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반드시 다루겠다는 입장입니다. “만남을 위한 만남은 하지 않겠다”라는 이 대통령의 말을 상기하면 북핵을 비롯한 이 같은 의제에 남북한이 합의하지 않는 한 정상회담은 열릴 수가 없다고 전망됩니다.



앵커:

남북한은 작년에 두 차례나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접촉을 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위에 나온 의제는 두 차례 접촉에서도 논의가 됐다고 전해졌는데 쟁점은 무엇이었습니까?


기자:

작년 10월 한국의 임태희 노동장관과 북한의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간의 싱가포르 접촉이 있었습니다. 11월엔 통일부 K국장과 통전부 원동연 부부장 간의 개성 접촉이 있습니다. 북핵과 관련해 한국은 ‘비핵화’를, 북한은 ‘핵 문제의 진전’을 고집했습니다. 납북자 문제에서는 한국은 ‘국군 포로와 납북자의 대규모 송환’을, 북한은 ‘고향 방문’을 주장했습니다. 식량과 비료 등의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 한국은 합의문에 ‘명시 못한다’를, 북한은 ‘명시하자’를 우겨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한국은 핵 문제와 국군 포로와 납북자 문제에 진전이 있으면 인도적 지원은 할 수는 있지만 과거 정부처럼 회담 대가로 이것을 주는 모양새는 취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대전제와도 맥이 닿아 있습니다.

앵커:

남북 정상회담의 소문이 무성한 만큼 이를 준비하는 한국의 움직임이 실제로 있습니까?

기자:

이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언급한 가운데 한국 정부의 부처에서 실제로 이에 대비한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언론 보도를 보면 한국의 국방부는 올해 1월 남북 정상회담, 한반도 평화 체제 협상, 남북 군사회담을 검토하기 위한 전담반을 구성했습니다. 군의 고위 관계자는 “이 전담반은 남북 정상회담이 올해 안에 열린다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서 가동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례는 한국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대비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방증입니다.

앵커:

이 대통령이 대전제를 밝히기에 앞서 영국 방송 BBC와 회견하며 남북 정상회담이 올해 내로도 열릴 수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 한국 정치권과 미국은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여당과 야당은 모두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야당인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는 1일 “말 나온 김에 남북 정상회담을 빨리 추진하라고 권고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이 이전 집권 여당인 만큼 이런 발언이 나왔다고 보입니다. 한편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의 정의화 최고위원은 이날 “연내 정상회담은 시의적절하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야당인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총재는 1일 북한이 또 무력 도발을 하는 상황에서 나온 이 대통령의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미국 국무부의 제임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1월 29일 “이 대통령이 취하는 조치를 적극 지지하겠다”고 말해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미국은 정상회담이 북한의 비핵화에 도움이 되고 북한을 6자회담으로 끌고 나올 수만 있다면 좋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네, 이 대통령이 밝힌 남북 정상회담의 대전제에 관해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