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을 속마음으로 더욱 바라는 이유가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그나마 건강할 때 셋째 아들로 권력을 승계하는 후계 구도의 안착을 위해 경제 난국을 타개하는 한편 대내외적인 안정 기반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남북 수뇌회담은 이런 문제에 묘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에 관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남북 정상회담은 양측의 필요 때문에 열리게 됩니다. 그런데 앞으로 열리는 제3차 남북 수뇌회담은 북한 측에서 더 바라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김 위원장은 좋지 않은 건강과 국내의 여건 때문에 남북 및 조미 정상회담을 서두른다고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경제난과 유엔의 경제 제재로 고통을 받고 있고 여기에다가 올해부터는 화폐 개혁의 실패와 물자 부족에 따른 인플레이션까지 겹쳐 대내적인 여건이 꽤 좋지 않습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아직도 자국의 안전 보장과 관련해서 타결을 지은 바가 없습니다. 이런 대내외적인 여건은 후계 구도의 안착과는 거리가 멉니다. 김 위원장은 건강할 때 셋째 아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남북 및 조미 정상회담을 내심 더 바라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회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주호영 특임장관도 “북쪽에서 정상 간의 만남을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두 발언은 이런 상황을 받쳐 줍니다.
앵커:
북한이 정상회담을 개최할 필요성을 더 느끼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지요?
기자:
김 위원장은 좋지 않은 건강 때문에 올해 10월 노동당 창건 65주년에 맞춰서 셋째 아들 김정은 씨를 후계자로 올리려고 합니다. 그런데 셋째 아들이 통치하기가 좋은, 안정적인 대내외 기반을 만들려면 남북 및 조미 정상회담을 통해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합니다. 미국과 핵을 가진 상태로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핵 보유국의 지위에 관해서 인정을 받는 한편 정전협정 대신에 평화협정을 체결해 체제 수호의 발판을 마련해야만 합니다. 이것을 위해서는 남북 정상회담이 꼭 필요합니다. 먼저 한국과 하는 정상회담을 통해서는 대규모 경제 지원을 끌어내 셋째 아들이 안정적으로 경제 건설에 매진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 위원장은 위에 나온 여러 정황 때문에 더욱더 마음이 조급해 정상회담을 더 바란다고 알려졌습니다.
앵커:
한국과 미국은 이런 처지에 있는 북한을 밀어붙이면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낼 수 있습니까?
기자:
북한은 이런 저런 이유로 남북 수뇌회담에 매달릴 수밖에는 없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이 상황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어서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이번 기회에 북한을 더욱 압박해서 여러 양보를 받아야 하는 처지입니다. 특히 한국의 이명박 정부는 이번에 남북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구상 아래 북한의 위협, 협박이나 꼼수에 말리지 않고서 버티고 있습니다. 이는 이전의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는 확연히 달라진 행보입니다.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이번에는 남한의 견해가 대거 반영된 합의가 나올 것으로도 전망됩니다.
앵커:
김 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을 어떻게 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나요?
기자:
남북 정상회담은 우선 남쪽에서 대규모의 경제 지원을 받아내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조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징검다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조미 정상회담에 앞서서 남북 정상회담에다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한국이 여기에서 북한의 비핵화, 국군 포로 및 납북자 문제를 논의하자는 데 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들어올 이득을 생각하면 이 문제들을 논의하고 싶은데 이 문제들은 결코 논의할 수가 없는 사항입니다. 체제 유지의 근간으로 생각하는 핵을 한국에다 양보할 수 없고, 납북자와 국군 포로 문제는 지금까지 “납북자와 국군 포로가 없다”고 해온 말을 뒤집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북한의 딜레마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북한이 이 딜레마를 돌파하려고 취한 움직임이 있었습니까?
기자:
핵 문제, 납북자 및 국군 포로 문제보다도 남북 간의 군사 대결을 부각해 평화협정 문제를 더 상위에 놓는 정상회담을 하려 합니다. 북한이 최근에 서해의 해안 포대에서 북방한계선(NLL) 부근으로 각종 포를 쏘아 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한반도에서 군사적인 긴장을 조성함으로써 국제 사회에 평화협정의 체결이 우선 과제라는 인식을 심으려 합니다.
앵커:
김 위원장은 사실상 남북 정상회담을 대미 관계를 개선하는 징검다리로 보고 이에 나서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조미 정상회담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지요?
기자:
조미 수뇌회담은 김 위원장에게는 최우선 과제입니다. 최대의 적국인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고 핵 문제를 타결해야 안보 분야에서 안심을 할 수가 있습니다. 북한은 한국전이 끝난 이후 지금까지 미국에 대한 공포감을 버리지 못합니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미국 침공으로 하루아침에 날라가는 사태를 보고 나서는 더욱 불안해 합니다. 이런 미국을 상대로 안보 문제를 타결해야 안심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기회가 오면 자국의 안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핵무기를 가진 상태에서 미국과 정상회담을 하려고 나설 것입니다.
앵커:
김 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을 서두르는 데는 좋지 않은 건강 문제도 있다고 합니다. 현재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는 어떻습니까?
기자:
2008년 여름에 일어난 뇌졸중에서는 어느 정도 회복했다고 보입니다. 문제는 정기적으로 혈액의 인공 투석을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뇌졸중보다도 이 같은 신부전(腎不全) 증세가 더 큰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혈액 투석을 받으면 얼마 간은 괜찮기 때문에 정상회담을 할 수는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60대 후반인 그의 나이와 각종 신병을 감안한다면 셋째 아들을 위해 안정적인 기반을 만들어야 하는 남북 및 조미 정상회담을 더 늦출 수가 없습니다.
앵커:
과거의 남북 수뇌회담은 인민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와야 북한 인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있나요?
기자:
제1, 2차 남북 정상회담은 인민의 이익보다는 남북 지도자의 정치적 필요로 열린 측면이 있습니다. 당시의 합의 사항은 북한 집권층에만 이득을 주고 있습니다. 1차 회담은 5억 달러나 되는 뒷돈을 주고서 열렸다는 사실까지도 밝혀졌습니다. 인민에게 이득이 되는 회담이 되려면 실질적인 협력 방안이 나와야 합니다. 예를 들면 핵무기를 없애고 탈북자와 국군 포로의 송환은 물론 이산 가족의 전면적인 방문과 왕래도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북한 곳곳에 한국의 회사가 들어가 공단을 설립해 북한 인민의 생활 향상에 실제로 도움을 주어야만 합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남북 정상회담에 관한 북한의 복안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