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은 금강산과 개성 관광을 재개하기 위한 당국자 간의 첫 접촉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한국 측이 관광 재개를 위한 3대 선결 과제를 제시한 반면 북한 측은 이 조건들을 이미 모두 해결했다고 맞섰습니다. 남북한 관광회담의 경과와 전망에 관해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남북한 당국은 8일 개성에서 남조선 사람의 금강산과 개성 관광을 재개하기 위한 대화를 했습니다. 우선 이 회담의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를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시지요?
기자:
양측은 주장이 맞서 가시적인 결과를 끌어내지 못했습니다. 2008년 남한 관광객 박왕자 씨가 금강산에서 총격을 받고 사망했습니다. 한국 측은 사건의 진상 규명, 재발 방지책의 마련, 관광객 신변 안전의 보장 등 3대 과제를 북한 측에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측은 이런 3대 과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해서 한국 측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북한 측은 박 씨의 사망에 관해 “유감을 표시한다”면서도 “본인 불찰에 의해 빚어진 불상사”라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이 상황에서 회담의 진전이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남북한 당국 간의 첫 관광회담이 사실상 성과가 없이 끝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과를 내지 못한 이 회담의 의미는 어떻게 짚을 수가 있나요?
기자:
나름대로는 몇 가지 의미가 있다고 보입니다. 이번 회담의 의미는 개성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기 위한 남북 당국 간의 입장 차를 확연하게 알았다는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한 간의 논의는 이전의 사례에서 보듯 실무급 회의에서는 속도를 내기가 어렵다는 점도 인식시켜 주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남북한 관계는 신뢰가 없어서 실무급 회담을 토대로 차곡차곡 올라가기보다는 정상회담을 비롯한 고위급 회담에서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도 일깨워 주었습니다.
앵커:
회담이 열리기 전까지는 북한 측이 금강산과 개성 관광을 통해 외화를 벌어서 경제난을 해결하려고 3대 과제에 유연한 입장을 보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이번 회담이 열리기 전까지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 측이 3대 과제에 유연한 입장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전망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북한은 기존에 보여 주었던 유연한 입장에서 더 후퇴했습니다. 북한에서 금강산 관광 사업을 담당하는 사업자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의 이종혁 부위원장은 작년 11월 남한 상대역인 현대아산에 “남측 당국자가 사건 현장을 방문하는 문제를 남한 당국과 협의할 수 있다”고 말한 바도 있습니다. 북한 나름의 복안이 있었기 때문에 유연하지 않은 반응이 나왔다고 봅니다.
앵커:
그러면 남북한 관광회담에서 나온 북한의 복안은 무엇이었다고 분석할 수 있나요?
기자:
금강산과 개성 관광의 재개와 관련해 일관성 있는 북한의 행태가 있습니다. 일단 타진해 보고 한 단계씩 올라가는 식입니다. 북한은 작년에 현대아산을 통해 관광회담을 타진했습니다. 한국측이 당국자 간의 대화를 원하자 이에 맞췄습니다. 당국자 간 회담에서 남한 측이 내놓은 3대 과제를 바로 수용하지 않고 일단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한국 측이 이를 강력하게 원하면 이에 응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맥락에 북한은 앞으로 3대 과제를 결국 들어준다고 해도 이번 회담은 이 같은 요구를 들어주는 회담으로 간주하지 않겠다는 복안이 있었다고 보입니다. 첫 관광회담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인식을 심으려는 북한의 심리전으로 분석됩니다. 북한은 상대가 속내를 훤히 읽고 있다고 해도 그것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조심스런 의도에서 남한 측이 제시한 3대 과제에 반대하는 견해를 일단 나타냈다고 관측됩니다.
앵커:
북한이 이 회담에서 개성과 금강산 관광이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는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는 앞으로는 조금씩 양보해 가며 회담을 진행하겠다는 의미입니까?
기자:
위의 발언은 북한이 이 회담을 내심 더 바라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드러낸 대목입니다. 이전에도 말씀을 드렸던 대로 북한은 한때 ‘달러 상자’이었던 두 지역의 관광이 부족한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한 수단이란 측면에서 이번 회담에 나왔습니다. 현재 북한은 유엔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중이어서 그간 외화를 벌어들이던 수단이었던 무기 수출을 잘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대체 수단으로 금강산과 개성 관광의 재개를 생각하게 됐던 것입니다. 북한은 궁극적으로는 여기서 외화를 벌려면 한국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려면 조금씩 양보를 하며 회담을 이어가는 방안만이 나옵니다. 그 과정에서 북한은 최대의 실리를 챙기려할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두 지역의 관광이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앵커:
북한이 금강산과 개성 관광을 외화를 얻으려는 돌파구로 보는 이유는 어디에 있나요?
기자:
한국과 미국이 이를 아직도 유엔 안보리 결의 제1874호의 위배로 단정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국 국무부의 필립 골드버그 대북 제재 조정관은 작년 8월 서울을 방문해 개성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가 북한에 대한 안보리 제재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가 있습니다. 이 발언은 두 지역의 관광이 북한에 외화를 가져다 주는 창구로서도 호재지만 북한을 움직이려는 지렛대로서도 남한에 호재라는 의미입니다. 다만 한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작년 11월 북한에 대한 외화의 지급이 안보리 결의의 위배일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나타낸 바 있어 문제입니다.
앵커:
남한 측의 태도로 볼 때 남북한은 무엇을 논의해야 관광회담을 지속할 수가 있습니까?
기자:
사실상 관광 재개의 열쇠를 쥔 한국 측의 3대 과제를 논의해야 회담이 이어진다고 봅니다. 북한에 혜택을 주는 한국은 3대 과제의 선결을 주장합니다. 진상 규명, 재발 방지, 신변 안전은 한국 측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북한이 이를 무시할 때 회담은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북한 측은 이런 점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3대 과제를 반대하는 입장만 개진하기는 않는다고 전망됩니다. 한국의 김남식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은 회담 후 “북한 측이 우리 측 입장에 호응해 오지 않아 회담을 종료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은 북한 측이 음미할 대목입니다.
앵커:
그런데 무려 11년 간 지속된 금강산 관광이 북한 인민에게 실제로 도움을 주었나요?
기자:
2008년 7월 관광이 중단되기 전까지 남조선 관광객 약 193만 4천 6백 명이 금강산에 왔습니다. 이들이 지불한 돈 약 5억 달러와 현지에서 쓴 돈을 감안하면 북한에 떨어진 돈은 약 10억 달러로 추산됩니다. 문제는 이 돈이 인민을 위해 쓰였다는 흔적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남북한 첫 관광회담의 이모저모를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