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남한이나 북한이나 10월은 결혼식 하기에 아주 좋은 계절이죠? 화창한 가을 하늘 아래, 서울에 있는 한 한옥마을에서 남남북녀 한 쌍이 전통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마치 남과 북이 하나가 된 모습을 보는 듯, 결혼식 참가자들은 신랑신부에게 아낌없는 축하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장소연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23일, 서울시 중구 남산에 자리한 한옥마을 국악당에서 전통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신랑 신부 한 쌍이 하객들에게 인사를 올리고 있습니다.
이날의 주인공은 탈북여성 이옥녀 씨와 남한의 평범한 회사원 최진흥 씨입니다.
오전 11시부터 한 시간 정도 진행된 전통 결혼식에는 신랑 신부의 친척들과 친구들, 탈북자 지원 지역기구인 하나센터 성원들과 탈북자들, 남산 한옥마을을 찾아온 국내외 관광객들이 참가해 이들의 성혼을 축하했습니다.
결혼식의 주례는 남한에서는 유명한 배우인 최불암 씨가 맡았습니다.
최불암 씨는 이날 결혼식을 주최한 서울시의 홍보대사 자격으로 주례를 보고, 이들의 결혼을 축하했습니다.
최불암: 이제 신랑 신부는 양가의 일가친척과 여러분들을 모신 자리에서 전통 혼례 법에 따라 일생동안 고락을 함께 할 부부가 되기를 굳게 맹세했습니다. 이에 본 집례는 이 혼인이 원만하게 이루어짐을 우리 모두 앞에 엄숙히 선언하는 바입니다.
이어진 순서는 결혼식 축하공연, 전통 혼례답게 한복을 곱게 입은 어린이들이 나와 축가를 불렀습니다. 남남북녀의 결합인 만큼 남과 북에서 각각 자주 불리는 축가 ‘아름다운 세상’과 ‘축복하노라’를 불렀습니다.
<노래> 축복하노라
이어지는 순서에서 신랑 신부의 감사 인사를 받은 하객들은 한목소리로 덕담을 던집니다.
<현장음>
신랑신부 하객 여러분들께 인사!
아들 딸 열둘 낳아서 천년만년 잘 살아라.
이날 결혼식에서 가장 뜻 깊었던 시간은 신랑 신부와 하객들이 함께 남한의 나물과 북한의 나물을 비벼 통일비빔밥을 만든 시간이었습니다.
최불암: 남북한이 하나 되고 통일의 그날을 위해 특별한 행사를 준비했는데요. 자 이제 비빔밥을 모두 비벼서 여러분의 손을 걸쳐서 축복의 비빔밥이 되겠습니다. 자, 시작해주시기 바랍니다. 통일을 위하야! 잘 비벼 주세요!
커다란 나무함지에 하얀 입쌀밥이 담기고, 그 위에 한반도 지도 모양으로 갖가지 나물이 얹혀져 있던 비빔밥은 참석자들의 손놀림이 시작되면서 차츰 한데 어우러져 맛있는 통일비빔밥으로 완성됐습니다.
이윽고 잘 비벼진 통일 비빔밥을 함께 나누며 하객들은 남남북녀인 신랑신부가 비빔밥처럼 서로 잘 어울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기를 기원했습니다.
하객1: 아주 맛있어요. 그래 더 잘 비벼서 우리나라도 도와서 서로서로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하객2: 저는 이런 광경을 처음 봐가지고 또 북한 사람이고 탈북하신 분이 이렇게 하는 게 놀라울 따름이에요. 한옥마을 두 번째인데요. 신랑신부가 너무 예뻐서 보기 좋았고요. 앞으로도 이런 일 많았으면 좋겠어요.
전통결혼식에 대한 경험이 별로 없는 탈북자들은 이날 전통결혼식을 신기한 듯 지켜봤습니다.
탈북자: 북한이랑 대비해보면 북한에서는 신부가 조선저고리 입고 꽃을 머리에 달고 결혼사진 찍는 게 다인데 오늘 전통혼례에서는 신부가 얼굴에 빨간 연지 양쪽에 바르고 쪽도리 쓰고 영화에 나오는 황비 마마 옷을 입고 전통 혼례식을 진행하는 거 보니까 신기하고 또 남남북녀 커플이 만나서 결혼을 했다는 게 참 보기 좋고 작 은 통일을 이뤘다는 게 의미가 있는 거 같아요.
이날 남북 하객들의 축복을 받은 신랑 신부, 이들에게는 남남북녀로 짝을 이룬 것 못지않은 감동적인 사랑이야기가 있습니다.
신랑신부는 중국에서 처음 만나 인연을 맺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에게 타국이었던 중국에서 사랑을 나누던 이들에겐 시련이 닥쳤습니다.
신부의 한 친구는 시련에도 굴하지 않았던 신랑의 사랑을 이렇게 전합니다.
신부친구: 저분이 북한에 한 두 번인가 잡혀 나갔었는데 남편분이 포기를 안 하고 기다리고 있은 거예요. 다시 탈출해서 넘어와서 다시 만나고, 또 한 번 잡혀나간 것을 저분 이 돈을 대서 두 번째는 구해주시고 끝까지 남아서 지켜주시다 보니까 자신의 남편 에 대해서 사랑의 감정을 지켜오고 있는 거예요.
생애 가장 행복한 날, 북에 두고 온 가족을 생각하면 신부는 가슴이 아프지만, 슬픔을 참고, 꼭 행복하게 잘 살 거라고 다짐합니다.
신부: 십년 이십년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겠다고 약속하구요. 못사는 거 너무 부각시키지 말고 우리처럼 잘 사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또 앞으로 이런 부부들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했고요. 좋은 이미지 좋은 생각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더 이상 방황하지 말고 빨리 잘 정착해서 다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날 전통결혼식을 주최한 서울시 관계자는 남남북녀의 전통결혼식을 통해 통일의 의미를 미리 느껴보고, 남과 북이 하나라는 공감대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서울시 행정과의 김규룡 팀장입니다.
김규룡: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우리 시민들이 오픈된 마인드로 우리 구성원이라는 것을 아 시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실 수 있는 그런 행사가 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남남북녀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열매로 맺어진 날, 결혼식 참가자들은 비록 이날은 한 쌍의 남남북녀가 결혼식을 올리지만, 머지않은 날에 꼭 통일이 되어 수많은 남남북녀가 결혼식을 올리게 되는 그 날이 오기를 기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