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북부지방에 눈 폭탄이 쏟아지면서 주민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봄철 가뭄을 해소할 만큼 눈이 내려 일부 주민들은 가뭄걱정에서 벗어났지만 폭설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적지 않아 북한 당국이 폭설 비상대책 상무까지 조직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가뭄으로 북한 북부지방 주민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가뭄에 시냇물마저 말라버려 농촌주민들은 수 십리 길을 오가며 썰매를 이용해 강에서 물을 길러야 했습니다.
그런데 중국과 국경을 마주한 북한 양강도와 함경북도 지방에 “단숨에 가뭄을 해소할 만큼 많은 눈이 쏟아져 내렸다”고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이번에 내린 눈은 봄 농사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당장은 폭설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고 소식통들은 언급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이틀 동안 쉼 없이 내린 눈으로 회령시의 교통이 완전히 마비되었다”며 “눈사태로 마비된 교통망을 복구하기 위해 각 지역당위원회들에 ‘비상대책 상무’가 조직됐다”고 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이야기했습니다.
지역별로 많은 차이가 있지만 함경북도 회령시의 경우 50센티가 넘는 눈이 내렸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이번에 내린 눈으로 철도와 도로 등 교통이 완전 마비되고 유선전화망도 파괴돼 다른 지역과의 전화통화도 되지 않는다고 그는 언급했습니다.
회령시는 사적관 직원들과 회령교원대학 학생들로 김정숙 동상과 김일성, 김정일 모자이크 벽화 주변의 눈을 쳐내는가 하면 노농적위대와 교도대에 비상소집을 내려 철길과 도로 주변의 눈을 쳐내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같은 날 양강도의 한 소식통도 양강도 소재지인 “혜산시에 20센치 가량의 눈이 내렸다”며 “갑자기 내린 눈으로 국가적으로 조직된 여러 사업들이 중단되면서 동원을 면하게 된 주민들은 이번 눈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눈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본 건 국경경비대라고 말했습니다. 국경경비총국의 검열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는데 압록강 주변엔 밀수꾼들이 남긴 수많은 발자국들이 남아있어 국경경비대 지휘관들이 모두 가슴을 졸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밀수꾼들의 흔적들이 이번 눈에 말끔히 지워져 국경경비대 지휘관들과 병사들이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혜산시 주민들 역시 인민반별로 떨어졌던 나무심기과제가 취소돼 다행스럽다는 표정들이라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특히 소식통들은 “노농적위대와 교도대에 내려질 것으로 알려졌던 ‘비상소집’ 발령도 갑자기 쏟아진 폭설로 모두 해제됐다”며 “농민들은 이번 눈이 봄철 농사를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