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유소년 축구팀 출전 거부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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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중국 위난성 쿤밍시에서 열린 인천평화컵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에서 북한이 한국 유소년팀과의 경기 직전에 출전 거부를 선언하고 퇴장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요.

당시 어떤 상황이었고, 북한이 왜 갑자기 경기를 포기했는지 노재완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경기 당일 북한은 운동장에서 몸까지 풀다가 경기 시작을 불과 1시간 남겨 놓고 출전 거부 의사를 주최 측에 통보했습니다. 남북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했던 한국 정부와는 어떤 교류도 하지 않는다는 방침에서 불참을 선언하게 됐다고 북측은 설명했습니다. 대회에 참가한 후 경기 직전에 거부했다는 점에서 국제경기 사상 전례가 드문 일입니다.

북한의 4.25축구단 유소년팀은 지난달 25일 대회가 열리는 중국 쿤밍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남측 인천시 유소년팀과의 경기는 31일 오후 1시 30분에 예정돼 있었습니다. 선수단은 경기 시작 1시간 전에 운동장에 나와 몸을 풀었으며, 대회 주최를 맡은 송영길 인천시장도 북측 선수단과 일일이 악수까지 하며 격려했습니다.

그러나 낮 12시 30분께 북측은 돌연 남측과의 경기를 거부했습니다. 남북은 이때부터 협상에 들어갔고 오후 2시 공동기자회견 형식을 통해 “4월 이후 중국과 한국 등 적당한 장소에서 경기를 갖기로 협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있습니다. 북한이 출전을 거부한 진짜 이유가 “남북교류를 중단한다는 북측 당국의 방침”이라면 처음부터 대회 출전을 거부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양 팀이 남북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고 대회에 참가했다는 점에서 북측의 이 같은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남북 당국 간의 관계가 좋지 않았던 지난해에도 북측 유소년팀은 대회에 참가했고 경기에 다 임했습니다.

[인터뷰: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전략정보실장

] “체육성에서 절차를 밟아 대회 참가를 허락받았지만 결국 체육성 보다 높은 상급에서 허락하지 않아 이렇게 된 것 같고요. 이는 김정일 사망 이후에 북한 정책 과정이 김정일 때와 달리 좀 매끄럽지 못하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일부 언론에서는 송영길 시장이 남측 정부가 준 모종의 편지를 북측에 전달했는데 편지 내용이 북측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결과란 관측도 있습니다. 그러나 북측이 경기를 거부하고 나서도 남측의 송영길 인천시장과 북측의 강경수 4.25체육단장이 악수를 하고 공동 기자회견도 했다는 점에서 이 부분은 다소 신빙성이 떨어집니다.

또 일각에서는 비록 친선 축구경기였지만, 북측 당국이 상당히 정치적 부담감을 가졌을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인터뷰:

김광인, 북한전략센터 소장

] “김정은 체제 이후 첫 남북교류로 언론이 이번 대회를 크게 부각시킨 점에서 북측이 부담을 가졌을 것으로 봅니다”

축구를 통해 남북교류를 확대하려던 인천시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습니다. 봄철에 북한의 성인 축구팀인 4.25축구단을 인천으로 초청해 친선 축구경기를 갖는 방안도 추진 중인데 경기가 이뤄질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인천시는 “북한과의 교류를 계속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인천평화컵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는 인천시의 주최로 지난달 31일부터 중국 윈난성 쿤밍에서 열렸습니다. 2월 3일까지 열리는 이번 대회는 남북한 유소년팀을 비롯해 중국 윈난성 선발팀, 일본 요코하마 프로축구단의 유소년팀이 출전했으며 주최 측은 출전을 거부한 북한 4.25축구단 유소년팀을 제외한 3개국 팀으로만 대회를 치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