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축구, 과당 경쟁 벌이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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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당국이 축구 경기에서 '부정행위'를 적발한 사실을 이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축구의 인기가 높아지자 선수단 간의 과당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체육 종목은 예나 지금이나 축구입니다.

1966년 월드컵 대회에서 8강에 오를만큼 북한은 원래부터 축구에 자질이 있는데다, 최근 들어서는 북한 지도부까지 나서서 정책적으로 축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측은 공동 신년사에서 북한을 ‘축구강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하는가 하면 축구와 관련한 영화와 텔레비전극도 연이어 내놓고 있습니다.

지도부의 관심이 특히 축구에 집중되면서 축구단간의 경쟁도 심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부정행위”도 발생했습니다.

북한 체육성의 체육경기규율심의위원회 대변인은 남자축구팀인 노농적위군 '선봉팀'의 부정행위가 확인됐다면서 이 팀의 국내외 대회 참가자격을 6개월간 박탈한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습니다. 대변인은 ‘부정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28일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이 경기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도 지켜봤다고 당시 북측 매체들은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북측 매체가 보도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북한에서 최근 축구가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고요. 여러가지 측면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과당 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이에 대해 국가적 차원에서 자정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른바 ‘최고 지도자’가 축구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선수단 간의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도 발생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선수단에 대한 징계 사실을 공개할 정도로 북측 체육계가 어느정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가 북측 지도부의 정책적 의지와 관련이 있어보인다고 해석합니다. 2011년 공동 신년사설에서 북측은 “온 나라에 체육열풍을 세차게 일으켜 선군조선을 명성높은 축구강국, 체육강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북측은 영상물을 제작해 축구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습니다. 조선기록과학영화촬영소는 2011년 ‘축구인재와 조기교육’이라는 영화를 제작했고, 당시 최고의 여배우들이 출연한 ‘우리여자축구팀’이라는 3부작 텔레비전 연속극이 같은 해에 방송되기도 했습니다.

축구강국, 체육강국을 만들겠다는 북측 지도부의 의지는 지난해 11월에도 이어졌습니다. 당시 북측은 실세 중 한 명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당·정·군의 핵심 인사들을 망라한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발족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