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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15일 평양에서 열린 브라질 월드컵 축구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북-일전이 끝난 후 북한과 일본 축구 대표 선수단이 서로 상대방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열띤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채명석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지난 11월15일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벌어진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축구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에서 북한 대표팀은 비록 본선 진출엔 실패했지만 일본 대표팀을 1대0으로 물리쳤습니다.
북한 전에 관계없이 아시아 지역 4차 예선 진출이 확정된 일본 대표 선수단은 경기 다음날인 16일 오후 중국 북경을 거쳐 일본으로 귀국했습니다.
일본 대표 선수단은 귀국 후 일본 언론에게 평양의 순안 공항에 14일 오후 도착했을 때 세관 검사에 무려 4시간이 걸렸으며, 선수단 숙소인 평양의 고려 호텔에서는 각 층마다 서너 명의 감시원이 24시간 체제로 버티고 있어 이에 불안감을 느낀 몇몇 선수들이 독방을 쓰지 않고 두 명 씩 짝을 지어 취침했다고 밝혔습니다.
알베르토 자케로니 일본 대표팀 감독은 일본에서 가지고 간 고추냉이(와사비)를 북한 세관에 압수당해 2박 3일 동안 매일 빵만 먹고 돌아 왔다고 불만을 털어놓았습니다.
150명에 달하는 일본 응원단도 평양 공항에서 카메라, 컵 라면, 일본 대표 유니폼 등을 압수당했으며, 김일성 경기장에서는 관중석 한편에 마련된 일본 응원단 석에서 북한 경찰의 삼엄한 감시를 받아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고 일본 언론에 밝혔습니다.
일본에서 이런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지자 북한도 적반하장이라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 신문’은 지난 18일 ‘축구 선수들이 본 일본’이라는 제목으로 “일본에서 지난 9월2일에 열린 일본전에서 우리 선수단이 당한 부당한 대우를 생각하면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노동 신문’은 “북한 대표단이 일본에 도착했을 때 일본 측은 일일이 선수들의 지문을 찍게 하고 얼굴 사진도 촬영했으며, 시간을 절약한다는 이유로 선수 이름을 부르는 대신 번호를 불렀다”고 비난하면서 “공항 세관에서는 다른 나라 상표가 붙은 쵸콜레트 즉 초콜릿마저 무작정 몰수당하고, 호텔에서는 감시 때문에 3층 아래로는 절대 내려 갈 수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노동 신문’은 또 연습장으로 갈 때는 일본측이 경비상의 이유를 들어 짐을 운반하는 화물 엘리베이터로 북한 선수단을 이동시켰다고 비난하면서, 경기 당일인 9월2일에는 시합 개시 2시간 20분전에 호텔에서 경기장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일본의 TBS 방송은 지난 15일 오후 4시에 시작된 북-일전을 현지에서 생 중계했지만,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에 따르면 조선중앙 텔레비전은 이날 경기를 일단 녹화했다가 그날 저녁 무렵에 방송했습니다.
‘조선신보’는 또 일본과의 축구 시합에서 북한 대표팀이 1대 0으로 이기자 평양은 다음날까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일본 전문가들은 만약 북한 팀이 이날 경기에서 패배했다면 북-일전은 결국 방영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