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남북 축구 경기장에 수만 관중이 운집했다고요?
답:
그렇습니다. 서울 상암동에 있는 월드컵 경기장에는 약 4만9천 명 가량의 관중이 모여 경기장을 거의 가득 메웠습니다. 관중은 남북한 선수단이 입장할 때 뜨거운 환호성을 보냈고 경기 중 넘어지는 선수에게는 아낌없는 박수로 격려했습니다. 특히 외국인 관중도 여러 곳에서 눈에 띄었고 50명 가까운 외신기자가 몰려 남북한 축구 경기에 모인 세계적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또 최근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남한의 김연아 선수도 경기장을 찾아 관중에게 인사했고 4만9천여 관중은 이에 열광했습니다.
문:
관중의 응원 열기는 어땠습니까?
답:
‘붉은 악마’로 불리는 남한 축구팀의 응원단은 5천 개의 소형 태극기를 이용해 응원을 펼쳐 관중석에는 태극기의 물결을 이뤘고 경기에 앞서 국민의례가 시작되자 관중석 정중앙에 초대형 태극기가 올라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과거 남한의 노무현 전 정부에서 남북한이 경기할 당시 태극기를 이용한 응원을 자제시켰던 상황하고는 매우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한편 남한 응원단의 반대편 4층 관중석에는 한반도기와 함께 ‘우리는 하나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현수막이 등장해 남북한 사이의 화합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과거 남북한 간 경기에서 많이 등장했던 한반도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문:
관중이 북한 선수들도 응원했습니까?
답:
남한 관중은 역시 일방적으로 남한 축구 대표팀을 응원했는데요. 북한을 같은 민족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남한 선수단이 그저 외국팀과 경기를 한다고 여기는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경기 후반 7분 정도를 남겨놓고 비기기만 해도 유리했던 북한 선수가 시간을 끄는 모습을 보이자 ‘우~’하는 야유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또 거의 경기가 끝나갈 무렵 남한의 김치우 선수가 골을 넣자 경기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남한 선수를 열렬히 응원했습니다.
문:
이번 남북한 축구 경기에 대해 관중은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답:
네, 우선 남한이 승리한 경기 결과에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회사원 임용훈 씨의 말입니다.
임용훈 : 끝나기 직전 남한이 골을 넣어 만족합니다. 남북한이 싸웠다기보다는 스포츠 경기를 한 것으로 보고 아쉽기보다는 결과에 만족합니다.
하지만 남한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백광 씨는 분단 국가인 남북한이 서로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착잡한 심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백광 : 분단국가로 남북한이 경기하는 일이 슬픈 현실이라 가슴이 아픕니다. 빨리 통일돼서 남북한 단일팀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남북한이 같이 본선에 올라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요즘 젊은이는 북한을 그냥 외국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정치와 스포츠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봅니다.
회사원 박태훈 씨는 남북한이 운동 경기를 자주해서 남북관계가 좋아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습니다.
박태훈 :
남북한 사이 핵문제, 미사일 문제 등이 있는데 그냥 서로 경기를 많이 해서 남북한 관계가 좋아졌으면 합니다. 남북한이 팀을 공동으로 구성해서 월드컵 경기에 나가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남북한이 같은 민족이니까 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문:
북한의 김정훈 대표팀 감독이 경기가 끝난 후 매우 불쾌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고요?
답:
그렇습니다. 김 감독은 이번 남북한 축구가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진행된 경기였다면서 강한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특히 후반전 초반 북한의 정대세 선수가 헤딩한 볼이 골라인을 넘었는데도 득점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며 심판의 판정을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또 어제 남한 측 숙소에서 외부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일부 북한 선수들이 식사를 했는데 원인을 모르게 이 선수들이 설사와 구토 증세를 보였다며 매우 불쾌한 심기를 내비쳤습니다.
mc:
네, 지금까지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남북 축구경기 현장을 다녀온 양성원 기자와 함께 이번 경기의 이모저모를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