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사회보장체제 붕괴...“노후대책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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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인 경제침체로, 북한에서 사회보장체계가 무너지면서 퇴직을 앞둔 주민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에서 고위층을 지냈던 노인들이 주로 모이는 곳은 모란봉 공원.

이 곳엔 60을 갓 넘긴 노인에서 70을 바라보는 노인에 이르기까지 편안한 복장에 중절모까지 쓰고,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일요일이 되면 공원 산책도 하고, 점심시간이 되면 싸가지고 온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면서 젊음을 찾습니다.

수요일에는 문수원(목욕탕)에 찾아가 찜질 목욕도 하고, 차도 한잔 하면서 쾌적한 휴식을 즐깁니다.

평양 사정에 대해 잘 아는 한 고위층 탈북자는 “이곳에 모이는 노인들은 한 달에 용돈으로 몇 백 달러 정도 쓰는 부유층“이라면서 “자식들은 대부분 중앙당이나 무역성에 다니는 고위 간부들”이라고 분류했습니다.

또 다른 부류의 노인들이 자주 모이는 곳은 평양시 대동강구역에 있는 평양산원 공원 앞. 이곳에 모이는 노인들은 장기와 주패(카드놀이) 등 오락을 즐기는가 하면, 대동강에서 낚시질을 하거나 뇌졸중, 심장병을 예방하기 위한 체력관리도 합니다.

이들은 대부분 도시락을 싸가지고 나와 여가시간을 보냅니다.

이 고위층 탈북자는 이들을 가리켜 과거 평양시당이나 구역당에서 간부를 지냈던 사람들로, 퇴직한 후에 쌓아둔 재산과 자식들의 뒷바라지로 여생을 즐기는 노인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직장을 그만 둔 뒤에도, 여유로운 생활을 하자면 직위가 높을 때 돈을 많이 벌어놓거나 자식들을 잘 내세워야 한다고 그는 말합니다.

이러한 노후보장 때문에 북한에서 간부들이 뇌물수수에 눈을 밝히고, 자식들의 장래문제에 신경을 쓰는 이유로 되고 있습니다.

북한 간부들에게 있어 ‘자식농사’도 일종의 미래의 투자 개념으로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여유로운 노후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은 손에 꼽을 만큼 적다고 탈북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부실한 사회보장체제로 인해 대부분 노인들은 어려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북한은 헌법 제72조에서 “공민은 무상으로 치료받을 권리를 가지며 노동능력을 잃은 사람, 돌볼 사람이 없는 늙은이와 어린이는 물질적 방조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국가재정의 고갈로 이러한 시책들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습니다.

국가 공로자가 연로보장을 받을 경우에는 현직에서 받던 식량과 월급의 60%를 매달 받게 돼있지만, 이런 혜택은 90년대 중반이후에 거의 사라졌습니다.

미국 동부에 정착한 한 탈북 여성의 말입니다.

“북한에서 사회보장제도가 있었지만 다 없어졌어요. 생사람이 다 굶어죽는데 산 노인들까지 어떻게 도와주겠어요?”

이처럼 북한의 사회보장시책이 무너지면서 노후를 앞둔 주민들의 근심이 커가고 있습니다.

젊어서 쌓아둔 재산이 없거나, 자식들까지 발전하지 못하면 노인들은 사실상 벼랑 끝으로 내몰릴 판입니다.

더욱이 6. 25전쟁 이후 북한당국의 다자녀 출산정책에 따라 태어난 베이비부머, 즉 50년대 이후에 급격히 늘어난 세대들이 곧 정년을 눈앞에 두고 있어 더 큰 사회적 문제로 나서고 있습니다.

유엔인구기금이 2009년에 진행한 인구조사에 따르면 북한에서 남자의 평균 수명은 65세, 여자는 72세로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