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지난 6일 북한군 한 명이 개성공업지구 인근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귀순했는데요. 남측 당국은 북한군 병사의 귀순 배경을 놓고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최전연(최전방)에서 북한군 병사가 귀순한 것은 올 들어 세 번째입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군 병사의 정확한 귀순 일시는 6일 낮 12시 10분. 개성공업지구 인근 경의선 남북관리구역은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한 군 초소가 불과 500m 거리밖에 되지 않습니다.
귀순에 앞서 북한군 병사는 12시 6분경 경계근무를 하던 중 자신의 상관 2명을 사살했고, 북한군 병사가 남측 초소로 뛰어오는 것을 남측 경비병이 발견해 귀순 의사를 확인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사살된 상관 2명은 소대장과 분대장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합동참모본부 측은 “당시 남측 초소에서도 6발의 총성이 들렸다”며 “이후 북측 초소에서 쓰러진 북한군 2명이 처리되는 장면이 목격됐다”고 밝혔습니다. 합참은 즉시 해당 지역의 경계태세를 강화했으나, 북측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는 게 남측 군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사건 직후 남북 양측은 개성공업지구로 통하는 남측 차량과 인원을 잠시 통제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통행을 재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8일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개성공업지구의 출·입경이 진행됐습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이번 일을 정치화해서 남북관계가 또다시 경색될 것이란 우려도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남측에 귀순한 병사를 현행범으로 간주하고 신병을 넘겨달라는 요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한국의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 당국의 신병 인도 요구가 있더라도 응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군 귀순병에 대한 남측 당국의 조사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귀순병은 17세 나이로 입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병으로 알려졌습니다.
귀순 동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조사 과정에서 북한군 병사가 “개성공업지구를 통해 남북한 격차를 알게 된 이후 북한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가 개성공업지구로 출퇴근하는 남측 인력과 물자를 통제하는 경의선 남북관리구역 내 북한 전방초소에서 복무했다는 점을 미뤄볼 때 한국의 상황을 비교적 잘 알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출신성분을 따져 배치하는 최전연(최전방) 지역에서 북한군 병사가 상관을 사살하고 남쪽으로 귀순한 것은 북한군의 기강이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유동렬 경찰대학교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 북한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뿐만 아니라, 주민에 대한 통제도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탈 현상이 벌어진 이유를 북한에선 김정은, 즉 수령에 대한 충성심 부족과 ‘우리식 사회주의’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사상 학습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최근 10년 동안 군사분계선을 통해 귀순한 북한군 병사가 7명인데, 올 들어서만 3명이 귀순해 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이번처럼 상관을 사살하고 귀순한 경우는 극히 이례적입니다.
북한 당국은 최근 귀순이 잇따르자 최전연 부대를 중심으로 특별 검열에 착수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