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북한 군부가 급증하는 탈영병들로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 역전과 장마당들에는 ‘꽃제비 군인’들이 몰려드는데 이들을 단속해야 할 경무관(헌병)들은 속수무책으로 방관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어찌된 사연인지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 5월 1일 노동절을 맞으며 모처럼 휴식을 얻은 노동자들과 장사꾼들로 붐비던 함흥역에서 한 무리의 군인들이 난투극을 벌렸습니다. 자동보총(소총)으로 무장한 경무관(헌병) 두 명이 맨손의 군인 다섯 명에게 총을 빼앗기고 죽도록 얻어맞은 것입니다.
수많은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무관들을 실컷 두들겨 팬 군인들은 자동보총을 분해해 부품들을 마구 뿌리고 총탄이 든 탄창까지 멀리 던져 버리고 달아났습니다.
현장에 먼저 도착한 역전 보안원(경찰)들은 군인들의 싸움을 멍하니 지켜만 볼뿐 말릴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뒤늦게 무장한 경무관들이 달려 왔지만 이미 군인들은 사라져 버린 뒤였습니다. 목격자들은 경무관들을 구타한 군인들이 최근 함흥역 주변과 장마당을 돌며 강도와 절도행위를 일삼던 ‘꽃제비 군인’들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얼마 전 함흥시를 다녀 온 양강도의 한 주민은 이러한 상황을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하면서 “함흥뿐만 아니라 길주역을 비롯해 큰 역들에 ‘꽃제비 군인’들이 자주 출몰한다”며 “혜산역에도 몇 명씩 무리를 지은 꽃제비 군인들이 나타난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함경북도 소식통도 “청진역이나 수성장마당 주변에 가면 ‘꽃제비 군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며 “포항구역에 있는 한 인민반에서는 검열대로 가장한 군인들이 대낮에 인민반장을 묶어 놓고 장사물건을 훔쳐가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굶주림과 고된 규율생활을 견디지 못한 군인들이 속속 부대를 탈영하고 있는데 이들 중 적지 않은 탈영병들은 체포될 것을 우려해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길거리를 방황하는 ‘꽃제비 군인’으로 전락한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대낮에도 주인이 있는 가정집에 침입해 돈이나 물건들을 강도질을 하는데 이런 피해가 늘면서 북한 당국은 인민반 회의들을 통해 주민들에게 탈영병에 주의할 것을 당부하는가 하면 탈영병들을 잡아들이기 위해 보위사령부까지 동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 ‘꽃제비 군인’들이 여러 명씩 무리를 지어 있는데다 극도로 예민해 웬만한 경무관이나 보위사령부 검열원들은 탈영병임을 알면서도 감히 건드리지 못하고 오히려 모르는 척 피해 다니는 형편이라고 소식통은 언급했습니다.
양강도 주민은 “‘꽃제비 군인’들에 의한 피해 말고도 며칠 전 혜산시 보안부 감찰과 책임지도원이 시 청년동맹 학생교양부 지도원을 살해한 사건을 비롯해 살인, 강도행위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며 “사법기관들이 통제를 강화한다고 하지만 범죄행위는 계속 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함경북도 소식통도 “하도 사건들이 밀려 웬만한 강도행위 같은 건 보안부에서 취급조차 하지 않는다”며 “설사 강도행위를 한 군인들을 잡았다고 해도 빼앗긴 물건을 돌려받거나 보상을 받는다는 건 생각할 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