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RFA 10대 뉴스 ⑤] 공동경비구역의 북한군 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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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17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2017년 한 해의 북한 관련 뉴스를 총 정리하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진행을 맡은 이예진입니다. 오늘은 ‘10대 뉴스’의 다섯번째 시간으로 ‘공동경비구역(JSA)의 북한군 귀순’ 편을 목용재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목 기자,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의 주제부터 알아볼까요.

기자: 네. 준비한 자료부터 들어보시겠습니다.

앵커: 지난 11월 13일 남북 공동경비구역(JSA)를 통해 북한군 1명이 귀순해왔습니다. JSA를 통해 귀순한 사례는 많지 않은데요. 당시 상황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한국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군이 JSA를 통해 귀순한 사례는 지난 1998년과 2007년 두차례 있었습니다. 이번 귀순 사건까지 포함하면 세번째인데요. 북한 귀순자는 JSA 북한 측 초소에서 한국 측 자유의 집 방향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북한 경비병들에게 총격을 받았습니다. 그 뒤 한국 측 지역에 쓰러져 있던 이 귀순자를 한국군이 구출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했습니다. 당시 합동참모본부의 발표 들어보시겠습니다.

노재천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 15시 31분경 북한군 1명이 귀순한 상황을 식별했습니다. 그전에 우리 경계 병력들은 15시 15분경 북한군 귀순자 1명이 적 초소 부근으로 차량으로 돌진하다가 배수로 턱에 바퀴가 빠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 상황에서 우리 군은 북한군 귀순자가 차에서 하차해 MDL(군사분계선) 남쪽으로 도주하는 모든 상황을 경계시스템을 통해 추적·관리하면서 상황을 유지했습니다.

앵커: 총격까지 있었다면 당시 북한군 귀순자의 탈출 상황이 굉장히 급박했던 것 같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귀순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그가 5발 정도의 총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귀순자에게 가해진 총격 자체는 이보다 많았습니다. 합참은 북한 JSA 경비병이 귀순자에게 40여 발의 총격을 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경비병 중 일부는 귀순자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잠시동안 한국 측 지역에 발을 들여놓기도 했습니다. 북한 추격조가 귀순자의 등뒤까지 따라와 조준사격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당시 북한군의 행위가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난 11월 20일 유엔군사령부는 JSA 북한군 귀순 사건에 대한 조사 내용을 발표했는데요. 북한이 두가지 측면에서 정전협정을 위반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발표 들어보시죠.

채드 캐럴 유엔군사령부 공보실장: 북한의 위반 내용 첫째는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사격한 것, 둘째는 군사분계선을 넘어왔다는 것입니다. 유엔사령부 관계자는 판문점에 있는 소통 채널을 통해 위반사항을 북한에 통보했습니다.

앵커: 이번 사건 이후 북한 당국은 JSA를 통한 탈북 방지를 위해 관련 조치를 취했다고 하는데요. 이에 대해서도 정리해주시죠.

기자: 네. 북한 당국은 귀순 사건이 발생한 뒤 개성에서 판문점으로 진입하는 주요 통로인 ‘72시간 다리’에 통문을 설치했습니다. 통행 기준이 기존에 비해 엄격해진 것으로 보이는데요. JSA 초소에는 기관총을 증강 배치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특히 북한군 귀순자가 한국 측으로 넘어온 통로에는 깊이 1미터가량의 도랑을 파고 도랑 앞에는 나무 2그루를 심었습니다. 추가 귀순을 막기 위한 일종의 장애물을 설치한 건데요. JSA의 경비병들도 대거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귀순자의 이름이 오청성 씨죠. 현재는 치료를 마무리하고 한국 정착의 첫번째 관문인 정부합동신문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 씨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수많은 기생충 때문에 열악한 북한군 근무 실태가 주목 받았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기생충은 일반적으로 기생충 알이 채소 등을 통해 체내로 들어오면서 생깁니다. 특히 채소 농사를 할 때 비료대신 인분을 사용하는 경우 쉽게 번진다고 합니다. 북한군에서는 구충제 보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많은 북한 군인들이 기생충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 씨의 치료를 담당한 이국종 아주대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보기 드문 일”이라면서 기생충이 치료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치료 당시 밝혔는데요. 당시 이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이국종 교수: 소변양이나 혈압 등은 일반적으로 봤을 때 호전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변이 가득 차있고 소장 시작부위부터 기생충들이 많이 올라오는 모습은 저한테도 굉장히 드문 경우입니다.

앵커: 오 씨를 수술하는 과정에서 기생충들과 함께 강냉이도 발견됐습니다. 식량 배급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북한 군인들의 영양 실태는 어떤가요?

기자: 북한군에 대한 식량 배급이 끊기거나 큰폭으로 줄어든지는 이미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탈북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보통 북한 병사들은 강냉이밥과 절인 무, 절인 배추, 소금국 등으로 세끼 식사를 해결합니다. 쌀이 섞여 있는 경우는 드물다고 합니다. 탈북자 박소정 씨는 군 시절 배고픔은 일상이었다고 말하는데요. 박 씨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박소정: (귀순한 북한 군인은) 배고픔을 못 참아서 옥수수밭에서 옥수수를 따먹는 등의 경험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우리 부대에서도 신병 때부터 배고픈 것을 못참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두부를 만드는 비린 생콩을 따먹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기자: 다른 탈북자는 배급받은 군수품을 민간에 주고 양질의 음식을 얻어 먹었다고 합니다. 함경남도 리원에서 근무했던 탈북자 이현우 씨입니다.

이현우: 입대 이후 3년동안은 부대에서 주는 것만 먹습니다. 2~3년 정도 지나면 부대에서 주는 밥은 안 먹고 고기를 먹기 위해 민간으로 나갑니다. 군수품, 군복 남는 것을 주고 얻어 먹는 겁니다.

기자: 북한에 시장경제가 확산되면서 경제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가 있지만 북한군에 대한 배급은 여전히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됩니다.

앵커: 오 씨의 탈북 동기도 궁금한데요. 군에 대한 원활하지 않은 식량 배급이 동기가 됐다고 봐야 할까요?

기자: 현재 한국 정부가 오 씨의 탈북 동기를 조사하고 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좀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열악한 식량 사정도 탈북동기가 될 수 있겠지만 오 씨가 의식을 회복한 뒤 이국종 교수와 나눈 이야기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교수는 오 씨가 걸그룹, 그러니까 한국 대중가수를 좋아한다고 말했는데요. 한국군이 남북 접경 지역에서 대북확성기로 한국 음악을 방송하고 있는 만큼 오 씨가 탈북 전 한국 문화에 어느정도 노출돼 있었다고 추정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이른바 ‘한류 문화’가 오 씨의 탈북 동기일 수도 있다는 얘기군요. 지난 21일에도 북한 군인 1명이 중서부 전선을 통해 귀순했습니다. 올해 한국으로 귀순한 북한 사람은 군인 4명을 포함해 모두 15명인데요. 오청성 씨를 비롯해 이들 모두 어렵게 한국 땅을 밟은 만큼 한국 사회에서 잘 정착하길 바라겠습니다. 목용재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기자: 네 감사합니다.

앵커: 자유아시아방송의 2017년 10대 뉴스 5편 ‘공동경비구역(JSA)의 북한군 귀순’편을 마칩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김정은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사건’편을 보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