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속도’, 이름만 바뀐 동원 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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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측이 요즘들어 '조선속도'를 부쩍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선속도'는 이름만 바뀌었을뿐, 내용은 예전의 속도전 구호와 달라진 게 없다고 남측에 있는 북한 전문가들은 평가합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측 로동신문은 28일 ‘조선속도로 세계를 앞서나가자’는 제목의 정론을 통해 다시 한 번 ‘조선속도’를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정론은 ‘조선속도’가 ‘희천속도’나 ‘마식령 속도’처럼 “어느 한 부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간의 속도전 구호를 포괄하는 개념이 ‘조선속도’라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또한 정론은 ‘조선속도가 세계 공용어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남한에 있는 북한 전문가들은 ‘조선속도’라는 개념도 과거 북측이 써먹은 수많은 동원 구호와 다른 점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합니다.

김광인 코리아선진화연대 연구이사: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 '마식령 속도'나 '조선속도'가 새로 등장했는데, 그것이 과거 김정일 시대의 다른 속도전과 구별되는 것은 아니고,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상징적 단어로서 이름만 다르지 내용은 다른 것 같지 않습니다.

김일성 시대엔 ‘평양속도’와 ‘천리마 속도’가 있었고, 김정일 시대엔 ‘강계속도’나 ‘희천속도’라는 용어가 사용됐습니다. 김정은 시대가 시작되면서 ‘마식령 속도’가 등장하더니, 이젠 ‘조선속도’로 이름이 바뀐 것일뿐 내용은 엇비슷하다는 겁니다.

탈북자 1호 박사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도 최근 언론 기고문에서 ‘조선속도’란 과거 사용된 “지엽적이고 파편적인” 속도전 용어를 집약해 새롭게 만든 대중 동원 구호라고 규정했습니다.

북측 매체에서 ‘조선속도’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1월 23일이라고 한국의 연합뉴스가 보도한 바 있습니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중국 신화통신 인터넷판인 ‘신화망’에 ‘마식령에서 조선속도 체험’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고 소개했습니다.

이후 한동안 쓰지 않았던 이 용어는 4월 10일에 열린 한 정치 행사에서 김기남 로동당 비서가 언급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거 속도전 구호들과 마찬가지로 ‘조선속도’ 역시 김기남 비서가 관할하는 당 선전선동부가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