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체육 분야 ‘국제화’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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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체육 강국'을 선언한 북한이 체육 분야의 국제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북측은 평양에서 개최된 국제 역도 경기에서 남한의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를 허용한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의 ‘류경 정주영 체육관’에서 열린 ‘2013 아시안컵 및 아시아 클럽 역도선수권대회’에서 이채로운 모습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개막식에서 남측 대표 선수단이 최초로 태극기를 들고 입장한 데 이어, 14일에는 시상식에서 남측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려퍼졌습니다.

남자 주니어 85kg급 경기에서 남측 선수가 금메달과 은메달을 각각 땄기 때문입니다.

평양에서 열린 공식 체육행사에서 남측의 애국가가 연주된 것은 사상 처음입니다. 또한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도 처음으로 사용됐습니다.

이는 북측이 예전과 달리 체육 분야에서 국제적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했음을 뜻한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합니다. 북한이 다른 참가국과 마찬가지로 남한을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뜻입니다.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 북한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체육 강국'을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체육의 국제화를 시도했습니다. 이번에 (한국) 국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연주된 것은 북한이 체육을 국제화시켰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고…

북측은 2011년 공동 신년사설에서 북한을 “체육 강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과거 북측은 ‘한반도 내 유일한 합법 정부는 북한’이라고 주장하며 남측의 태극기와 애국가를 꺼렸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실제로 북측은 남측의 애국가와 태극기를 문제 삼아 선수단의 방문 자체를 거부한 적도 있습니다. 2008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3차 예선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당시 북측은 평양에서 남측 애국가가 울리고 태극기가 게양되는 것을 반대해 중립지역인 중국 상하이로 경기 장소를 옮긴 바 있습니다.

17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역도 대회는 남과 북을 포함해 중국과 카자흐스탄 등 15개국 200여명이 참가합니다.

남한의 성인 대표 선수단이 방북한 것은 2008년 6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태권도 교류행사 이후 5년 만에 처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