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국가체육지도위’ 신설 의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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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김정은 정권의 실세로 알려진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신설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스포츠에 큰 관심을 보이는 데 대한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은 4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위원장을 맡게 된 ‘국가체육지도위원회’는 북한의 체육 대중화와 체육 과학기술 발전, 체육 인재 양성 등 전반적인 체육 관련 사업을 주도적으로 관장하는 당, 군, 정을 아우르는 국가 기구로 알려졌습니다.

‘국가체육지도위원회’의 부위원장엔 노두철 내각 부총리와 최부일 인민군 부총참모장 그리고 리영수 당 근로단체 부장이 각각 임명됐고 김기남 당 비서 등 32명의 고위급 인사가 체육지도위원에 올랐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스포츠와 관련해 새로운 국가 기구를 설립하기로 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스포츠만큼 주민들의 단결심과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체제 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이 위정자들에게 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실제 북한은 올해 영국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와 동메달 2개를 획득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최고 성적을 거뒀고 북한 당국은 메달을 딴 선수와 감독에게 ‘노력영웅’ 칭호를 수여하는 등 크게 고무된 분위기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거 일부 독재자들이 국민의 반정부 정서를 희석시키기 위해 스포츠를 이용한 사례를 들며 북한 당국의 의도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합니다.

최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대형 공중목욕탕 등 주민 편의시설과 체육 오락시설을 시찰하는 등 민생 행보를 보이고 동상 건립과 대규모 물놀이 시설 건설 등 전시성 사업에 주력하는 것도 북한 젊은이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등 불안정한 김정은 정권의 권력기반을 튼튼히 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입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해외지도부연구담당 국장의 말입니다.

켄 고스 국장: 현재 북한 당국은 대부분의 국가 예산을 김정은으로의 권력이양을 공고히 하는 사업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공원 건설이나 동상 건립 등 가시적 사업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정권의 업적을 선전하려는 의도로 봅니다.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정권 안정이 주민들의 먹는 문제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말 북한 당국이 북한 전체 주민의 3-4개월 치 식량에 해당하는 옥수수 110만 톤을 살 수 있는 예산인 3억 3천만 달러를 김일성, 김정일 동상 건립과 능라유원지 건설, 또 금수산태양궁전 공원화 공사 등에 쏟아 붇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유엔의 마르주키 다루스만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 2일 유엔 총회에서 김정은 정권 하에서도 여전히 북한 주민 1천600만 명이 만성적인 식량부족과 영양실조로 고통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지도부는 ‘선군정책’을 재고하고 주민들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데 국가 자원을 재분배하라고 촉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