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은 해마다 3, 4월엔 ‘위생월간’이라고 해서 겨우내 쌓였던 때를 말끔히 벗겨내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지만, 최근 경제난으로 살기가 힘들어지면서 주민들은 그냥 시간 때우기 식으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위생월간’ 기간 가장 신경 쓰는 곳은 평양입니다.
올해 노동당 창건 65주년을 맞아서인지 환경미화에 더 신경을 쓰는 분위기입니다.
평양은 다른 지방과 달라서 주민들이 일년 내내 청소에 동원되지만 특히 요즘 같은 봄철에는 매일 쓸고 닦습니다.
단속 검열이 심해 인민반은 물론 기업소, 협동농장, 학교 단위로 모든 사람들이 총동원 돼 봄철 위생사업을 힘있게 벌입니다.
함흥 출신의 탈북자로 북한전략센터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박광일 씨입니다.
박광일: 충성심이 저절로 우러나와서 하는 게 아니죠. 그런 시절은 갔다고 생각이 들고요. 지금은 그냥 대충대충 발라 맞추기식으로 하는 겁니다.
청소작업 동원에는 학생들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겨우내 난방으로 그을린 벽에 횟가루 칠을 하고 바닥과 화장실까지 깨끗이 청소합니다.
이 시기 학교에서는 개인의 위생청결을 위한 검열도 실시하는데, 흔히 ‘20호검열’이라고 불리는 머리 검사를 많이 합니다.
또 이 시기 회충약을 지급하기도 합니다.
학생들은 워낙 약이 쓰고 역겨워 먹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지만, 그나마도 회충약이 부족해 정상적으로 공급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탈북 방송인 김춘애 씨의 말입니다.
김춘애: 북한에는 회충약도 부족해 기생충으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도 간혹 있었습니다. 그래서 민간요법으로 볏짚 끊인물을 사용해 기생충을 없애기도 합니다.
위생 기간 가장 정성을 들여야 하는 곳은 역시 김일성, 김정일 동상이나 이들의 사적지입니다.
요즘처럼 김일성 생일이 가까워지면 주민들의 손놀림은 더욱 바빠집니다.
북한의 ‘위생월간'은 1958년 5월 제정된 것으로 해마다 3, 4월 상반기와 9, 10월 하반기에 각각 한 차례씩 실시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