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탈북자 박정숙 간첩’ 소문

앵커: 북한이 한국에 정착했다가 되돌아간 '탈북자' 박정숙을 내세워 대남 비난전에 이용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박정숙씨의 말을 곧이 믿지 않고, 오히려 남파됐던 간첩으로 생각한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얼마 전 중국에 나온 평안북도 주민은 "한국에 나왔다가 다시 조선(북한)에 들어간 박정숙의 말을 주민들이 의심하고 있다"고 2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박 씨를 보면서 일부 주민들은 "저렇게 펀펀해가지고(혈색이 좋아가지고) 무슨 고생을 했다고 말하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도리질을 했다고 그는 반응했습니다.

또 평양에 좋은 아파트까지 받아 아들 며느리와 함께 살게 됐다는 박 씨의 발언이 나올 때는 "저 여자는 북조선에서 파견했던 CIC(미군방첩대) 같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CIC는 북한영화 '이름 없는 영웅들'에서 나오는 미군 방첩기관으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간첩을 뜻하는 말로 통하고 있습니다.

북한 정부가 박정숙을 탈북자로 가장시킨 뒤, 한국에 잠입시켰다가 다시 북한으로 불러들였다는 게 북한 주민들의 생각입니다.

주민들은 "남조선까지 나갔던 탈북자가 어떻게 평양 한복판에 거주할 수 있냐"며 "통상 대남연락소 공작원들이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와 평양에 거주하듯 박정숙도 대남공작원으로 보는 분위기"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또 한국 드라마를 보고 남조선이 잘산다는 것을 익히 아는 북한 주민들은 "전기불도 안 오는 곳으로 다시 들어온 걸 보면 뭔가 분명히 이상한 사람"으로 본다는 반응입니다.

북한은 최근 탈북자 박정숙과 김일성 동상을 파괴하려다 체포됐다는 전영철의 증언을 영상물로 제작해 전국의 주민들에게 방영시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정은의 인덕을 선전하고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티우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의 말입니다.

그레그 스칼라티우: "누구나 용서받을 수 있고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 그러한 개인숭배를 만들기 위한 한 단계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북한 내부에 한류가 확산되고, 2만 5천여 명에 달하는 탈북자들이 대부분 가족 친척들과 연락하고 있어 북한 당국의 선전이 주민들에게 먹혀들지 장담할 수 없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