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고위간부들 간첩혐의로 잇단 숙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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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내부정보를 주변국에 유출하고 있는 간첩들을 색출하기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홍석형 노동당 재정경리부장이 중국의 간첩으로 몰려 숙청됐다는 보도에 이어 최근엔 양강도 무역관리국장이 간첩혐의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세한 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당국이 국경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주변국 정보원들을 색출하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습니다. 국가주요정보뿐 아니라 군사적으로 민감한 자료들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12월 7일에 양강도 무역관리국장이 갑자기 체포되었다”며 “국가보위부가 직접 체포해 평양으로 이송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양강도 소식통도 “도 무역관리국장이 ‘적선(적과 내통하는 선)으로 체포됐다”며 “양강도에는 아직도 내통하는 선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평양으로 호송한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양강도에서는 지난해 백암군 보위부 수사과 지도원이 비밀문건을 탈취해 달아난 사건과 혜산시 혜광동에서 도 통계국 자료를 외부정보원에 넘기려던 여성이 체포된 사건을 비롯해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정보원들의 활동이 부쩍 늘었다는 것입니다.

양강도에서 중국 간첩이 처음으로 체포된 것은 ‘고난의 행군’이 한창이던 1996년입니다. 당시 혜산시 혜산동의 기존 혜산백화점 옆 건물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마 씨 성의 화교여성이 김형직군 미사일 기지(영저리)에 대한 정탐활동 혐의로 체포된 사건이 있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그 후 별다른 경계가 없던 북한 당국은 2009년 2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후 간부강연회들을 통해 ‘국경을 마주한 이웃 나라들’의 간첩활동에 대해 노골적인 경계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소식통들은 설명했습니다.

흔히 북한 당국은 한국과 연루된 간첩활동의 경우 ‘안기부’라고 말하지만 중국이나 러시아와 연루된 간첩들의 경우에는 ‘적선’이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넘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소식통들은 주장합니다.

이번 무역국장 체포사건도 양강도 보위부 간부들이 ‘적선’이라고 부르며 그동안 중국을 자주 드나들던 무역국장이 중국국가안전국에 흡수돼 활동했다고 주장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양강도 보위부 간부들조차 그가 중국 국가안전국에 흡수돼 정확히 무슨 정보활동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것 같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무역국장 적선사건과 연계돼 또 어떤 사람들이 체포될지 모른다고 우려했습니다.

북한은 후계자 김정은 등장 이후 김일(본명 박덕삼) 부주석의 외아들로 알려진 박남기 노동당 재정경리부장을 러시아 간첩으로 몰아 처형했고 홍석영 함경북도 당 책임비서를 중국 간첩혐의로 숙청하는 등 고위간부들에게 주변국 간첩혐의를 씌워 숙청했습니다.

때문에 최근 북-중 국경을 사이에 두고 주변국들의 첩보활동이 크게 늘어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소식통들은 “지난 2009년 3월에도 자강도 만포시에서 중국 간첩단 사건이 발생해 떠들썩했다”며 “지금은 보위부도 남한의 ‘안기부’보다 중국 적선들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해 북한 당국이 중국 국가안전국의 첩보활동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