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강성대국 추진하지만 조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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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지만, 북한 정권은 여전히 '2012년 강성대국' 목표를 추진하려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습니다. 그런데 강성대국의 성격과 표현 방식은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북한 당국이 가장 자주 사용했던 단어는 '강성대국'입니다.

김정일은 1998년 국방위원장에 공식 취임하면서 '강성대국'이라는 정치 구호를 내세웠습니다. 그리고 이 목표를 2012년에 달성하겠다고 선언합니다.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강성대국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북측은 강성대국을 "국력이 강하고, 모든 것이 흥하고, 인민들이 세상에 부러움 없이 사는 사상•군사•경제 강국"이라고 정의합니다.

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면서, 과연 북측의 강성대국 계획이 원안 그대로 추진될 것인지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측이 강성대국이라는 목표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경기개발연구원 통일•동북아연구센터의 손광주 선임연구원입니다.

손광주

: 강성대국이라는 용어는 김정일 때부터 사용했으니까 이 용어는 계속 사용하고, 가끔 강성국가라는 용어도 사용할 겁니다. 그러니까 김정일 때 있었던 걸 없애지는 않을 겁니다. 김정일의 유훈적 통치를 좀 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1년 정도는, 그러니까 적어도 2012년 김일성 출생 100주년 해에는 어쨌든 강성대국과 김정일이 남긴 유업을 진행하려 할 겁니다. 그리고 2013년이 되면 조금씩 달라질 수 있겠지요.

강성대국이라는 거창한 목표는 유지하겠지만, 어느 정도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조정이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는 북측의 경제 사정이 희망대로 호전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측은 2011년 한 해 동안 경제 회생을 위해 사력을 다 했습니다.

올 상반기 김정일 위원장의 공개활동 63차례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8차례가 경제 분야였고, 하반기 들어서도 개보수 시설을 중심으로 한 경제 현장 방문이 현지 지도의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지난 5월 말 중국 방문과 8월 말 러시아 방문도 이들로부터 경제 지원을 얻는 게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합니다.

그간의 노력이 얼마나 성과를 거뒀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북측의 폐쇄성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경제 회생을 위한 동력도 그 힘이 약해지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합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선임연구원입니다.


장용석

: 현실적으로 강성대국의 목표는 이미 조정됐을 거라고 판단합니다. 1980년대 말 북한 경제 최고 수준의 목표를 달성하는 건 이미 어렵다는 걸 스스로 잘 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측은 2012년을 ‘강성대국을 달성한 해’라는 식으로 말하기 보다는 ‘강성대국을 열어갈 수 있는 전망을 수립한 해’라는 식으로 표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합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노력으로 나선 특구와 황금평 개발의 발판을 마련했고, 이것이 강성대국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들고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또 북측이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축제 분위기로 맞이하려 했지만 김정일의 사망으로 이 계획도 변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장용석 선임연구원입니다.

장용석

: 김정일 위원장 추모 분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면, 내년 강성대국 진입 또는 대문을 두드리는 해를 축제 분위기로 이끌어갈 순 없지 않겠는가 생각하고요. 이런 점에서 조금 차분하게, 추모하는 분위기까지 곁들여진 방식으로 행사가 진행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2011년은 김정일 위원장이 강성대국이라는 꿈을 향해 전력 질주했던 해였습니다.

하지만 새해를 불과 14일 앞두고 김 위원장이 급성심근경색과 심장쇼크로 사망하면서 강성대국의 성격과 표현 방식은 변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