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학생간부 안되길 비는 북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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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의 학부모들이 자신의 아들딸이 학교의 간부로 선발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공부 잘하는 모범생을 둔 학부모는 자식이 학생간부로 뽑히지 않게 해달라며 학교당국에 사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어떤 사연인지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합니다.

최근 평양의 친정집에 다녀온 중국거주 화교 주 모 씨는 “북한은 똑똑한 아들딸이 오히려 부모에게 짐이 되고 걱정거리가 되는 이상한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고 자유아시아 방송(RFA)에 전했습니다.

40대 후반의 주 씨는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분단 위원장이나 소년단의 말석위원이라도 하게 되면 부모들의 큰 자랑거리였지만 요즘은 정반대”라고 말했습니다. 학생 간부의 부모는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져야하기 때문에 다들 기피한다는 것입니다.

주 씨는 학생 간부로 뽑히면 그 부모가 담임선생은 물론, 학교장 등에게 수시로 인사를 해야 하고 각종 부담금도 남보다 훨씬 많이 부담해야 하며 때로는 집안이 어려운 학생들의 부담금까지 대신 내줘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주 씨는 “이 같은 현상은 고난의 행군 이후 부쩍 심해지고 있다”며 “북한의 경제가 좋았던 시절엔 오히려 자식을 학생간부에 들게 하려고 부모들이 경쟁적으로 학교에 찾아다니며 선생들에게 뇌물을 고이기까지 했었다”고 말했습니다.

과거엔 학부모들의 치마 바람이 북이나 남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학생간부가 경제적 부담을 대폭 떠맡게 된 이유는 국가에서 학교 운영 자금을 주지 않는 탓도 있지만 교원들이 노임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신의주 출신 화교 류 모 씨는 “학교 선생들도 간부를 임명할 때 학생의 자질과 능력보다 학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형편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야 선생들도 먹고 살 수 있는 방편이 생긴다는 얘깁니다.

류 씨는 교원들의 경우, 국가에서 주는 월급은 받으나 마나 한 액수이고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처럼 장마당에 나가 장사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기 때문에 결국 학생 부모에게 손을 내밀며 살아야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의 소학교에는 남한의 어린이회 또는 학생회 격인 학교 소년단위원회가 있고 각 학급마다 분단위원장과 그 밑에 조직부위원장과 사상부위원장이 있습니다. 또 학습위원, 꼬마계획위원, 위생위원 등의 여러 가지 직책을 두고 있습니다.

학생 간부들은 본래 학생들이 선거를 통해 뽑도록 돼있으나 일반적으로는 담임선생이 지명하고 학생들의 동의를 얻는 형식을 취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형식이 대의원선거에서 당이 미리 대의원을 지정하고 주민들은 백 퍼센트 찬성투표 하도록 강요하는 것과 똑같다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