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하는 후계자 우상화 Q/A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세째 아들을 후계자로 만드는 선전 작업을 두 번째로 중단하라는 지시를 최근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북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후계자까지도 색안경을 끼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후계자에 대한 우상화 작업을 지시했다가 중단하는 일이 일어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관한 소식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자로 알려진 세째 아들 김정은 씨에 대한 우상화 작업을 지시했다가 중단하기를 반복했다는데 그 내용부터 알려주시지요?

기자 : 올해 초 후계자로 지명된 것으로 전해진 김정은 씨에 대한 우상화 작업은 그때부터 차츰 진행되어 왔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7월 중순 들어 후계자 선전을 공개적으로 진행하지 말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래서 유선방송인 3방송과 각종 행사, 선전물을 통해 나오던 후계자 선전이 중단됐습니다. 그러다 9월에 찬양 사업이 군부를 중심으로 다시 시작됐습니다. 그렇지만 이 작업도 11월 9일 노동당 중앙위의 지시문으로 다시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습니다. 지금까지 우상화 사업은 이처럼 재개와 중단을 반복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앵커 :그런데 김 위원장은 세째 아들을 후계자로 만드는 작업을 올해 내내 벌여왔지 않습니까?

기자 :전체적인 흐름을 볼 때 김 위원장이 세째 아들을 후계자로 만들며 벌이는 우상화 작업은 조용히 일년 동안 진행돼 왔습니다. 그 생생한 사례로는 그를 찬양하는 노래 '발걸음'이 북한 전역에서 널리 불렸다는 점입니다. 김 위원장의 재가가 없이 북한에서 특정한 인물을 찬양하는 노래는 불릴 수가 없습니다. 특히 이 노래는 김 위원장이 참석한 각종 행사에서 나와 후계자를 옹립하는 작업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는 심증을 갖게 합니다. 이와 함께 북한의 대외비 자료 <존경하는 김정은 대장 동지의 위대성 교양 자료>를 보면 김정은 씨는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 김 위원장과 똑같은 지위를 누립니다. 이 자료에는 "어버이 수령님과 경애하는 장군님을 꼭 빼닮은 선군영장"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김 대장'이라는 표현은 원산 지역의 포스터에서도 나왔습니다. 이런 사례들은 김정은 씨를 우상화하려는 작업의 확실한 방증으로 보입니다.

앵커 : 그렇다면 한 달 전쯤인11월 9일 노동당 중앙위가 선전 작업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다시 내린 이유는 어떤 배경에서 나왔다고 분석됩니까?

기자 : 한국에서 나오는 인터넷 신문 <데일리 NK>가 전한 바를 보면 김정은 씨가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세째 아들은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150일 전투'를 벌였습니다. 그런데 결과가 그다지 좋지 않았고 일부 공장에서는 생산을 늘린다는 구실로 중국에서 원료를 들여와 시장가격으로 팔았다고 합니다. 신의주 지역에서는 젊은 후계자가 나와서 개혁개방을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에 위기를 느낀 김 위원장이 선전 작업의 중단을 다시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밖에도 김 위원장이 아직 후계자를 확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정확한 이유를 알기가 현재로서는 어렵습니다.

앵커 :마지막 이유로 나왔던, 후계자를 아직도 확정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보아야 하나요?

기자 : 탈북자나 대북 전문가는 김 위원장이 자기 아들조차 믿지 못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김 위원장과 세째 아들은 군부의 인사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는 이야기까지 일본 신문을 통해서 간헐적으로 나온 바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 일을 아들이 세력 심기에 나선 것으로 색안경을 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아버지에게 권력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자기도 세력 심기를 한 적이 있어 권력 약화와 같은 이것의 폐해를 잘 알고 있다고 봅니다. 김 위원장은 아마 아들이 세력화를 도모할 수도 있어 후계자로 확정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아버지 김일성 주석이 안정적인 권력 세습을 위해 그런 상황을 묵인해 이렇다할 문제는 없었습니다.

앵커 : 그렇다면 김정은 씨가 후계자가 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나요?

기자 :김 위원장의 현재 마음 상태로는 물론 그렇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일설엔 김 위원장이 병환 중 자신도 모르게 정해진 후계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이야기까지 있습니다. 그렇지만 김 위원장이 공산 체제에서나마 인민을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는 지도자라고 하기가 어려워 혈육을 후계자로 삼는 '왕조 체제'를 탈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현재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세째 아들을 후계자로 삼으려는 원래 방침은 그대로 밀고 나간다고 전망됩니다. 11월 29일자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 보도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이 신문은 올해 4월 김 위원장이 원산 지역을 방문했을 당시 김정은 씨가 아버지를 따라서 갔다는 사실이 문서로도 밝혀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런 보도는 세째 아들의 후계자 지위가 흔들리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앵커 : 김정은 씨는 요즘 무엇을 하며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까?

기자 : 세째 아들은 북한의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에서 일하며 중요 정책에 깊이 간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는 아버지에게서 정치 실무를 배우며 신진 간부를 기용하는 당의 인사에 재가를 내린다고 합니다. 김정은 씨는 북한이 4월 5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아버지를 따라가 이를 참관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 관영 매체는 아직 그의 동정에 관해 보도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의 대북방송인 <열린북한방송>은 김정은 씨가 2009년 1월보다 훨씬 앞선 2007년 1월 후계자로 내정됐다고 북한 내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전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김정은 씨는 애송이 후계자가 아닌 3년차 후계자입니다.

앵커 :김정은 씨가 김 위원장에게 권력을 순조롭게 물려받아 북한을 잘 통치할 수 있겠습니까?

기자 :대다수 대북 전문가는 이에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냅니다. 1984년생인 김정은 씨가 아직 나이가 어려 권력 기반이 확고하지 못해 국정을 완전히 장악하고 나라를 통치하기가 어렵다는 견해입니다. 상당수 관측통은 김정은 씨가 권력을 물려받아도 군부를 중심으로 하는 집단지도 체제나 고모부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중심으로 하는 집단지도 체제가 들어설 가능성을 점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권력층의 분열과 반목, 즉 권력 투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이들은 전망합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씨를 중심으로 하는 신세력과 이들을 견제하는 구세력 간의 암투가 시작됐다는 이야기까지 들리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판단을 해도 경험과 경륜을 고려할 때 20대 후반 정도에 막중한 국정을 맡는다는 게 무리입니다. 한국을 위시한 상당수 나라는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될 수 있는 나이를 만 40세 이상으로 헌법에 규정했습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는 후계자 우상화에 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