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북한에서 생활고 때문에 탈북했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북한에서는 생활고로 자살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소식,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이 노골적으로 당국에 항의한다는 소식은 최근 한국에서도 심심찮게 들리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10년 화폐 개혁 실패 이후 심화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당시 장마당을 통해 살아가던 주민 가운데 상당수가 화폐 개혁으로 하루아침에 생계를 잃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면서 경제는 급속도로 더 나빠졌습니다. 주민들의 불만은 계속 고조되고 있지만, 김정은 체제는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최윤철(탈북자): 일단 북한의 정치 경제 구조가 바뀌어야 합니다. 그런 변화가 없는 한 김정은이 아닌 다른 사람이 와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시장경제를 도입해서 경제 활동을 보장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북한의 경제 침체는 계속될 겁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주민들은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습니다. 실제로 얼마 전 양강도 혜산시에서는 생활고에 시달려온 부부가 동반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 소식은 한국내 탈북자 지식인 모임인 NK지식인연대가 현지 통신원의 말을 인용해 6일 밝혔습니다.
사고는 7월 1일 낮 12시쯤 혜산시 혜흥동에 있는 아파트에서 일어났습니다. 4층 베란다에서 부부가 30분가량 다투다가 홧김에 아내가 먼저 뛰어내리자 남편도 뒤따라 투신했습니다. 이들 부부는 슬하에 12살의 남자아이와 8살의 여자아이가 있습니다. 현재 아이들은 인근에 있는 외할머니 집에 있다고 NK지식인연대 측은 전했습니다.
부부가 살던 아파트가 철도역 앞에 있어 사건 발생 당시 수많은 사람이 목격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부부는 올 들어 계속 장사가 되지 않아 높은 이잣돈을 빌려서 장사에 투자했는데, 이마저도 실패하면서 부부싸움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성은 투신 직후 사망했으며, 남성은 병원으로 이송 중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투신 후 주민들의 신고로 인근에 있는 철도보안부에서 보안원이 나와 현장을 수습했는데, 수습과정에서 이들 부부는 얼음, 그러니까 필로폰을 상습 복용했던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최근 경제사정이 악화되고 주민의 생활고가 심해지면서 매춘과 음란물, 마약 등 퇴폐 행위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