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남한이 세차례 걸쳐 정상회담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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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지난달 남한이 북경에서 가진 비밀접촉에서 세 차례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안했다’고 1일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북한이 진의를 왜곡해 일방적인 주장을 했다’며 ‘매우 유감’이라고 대응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측의 이번 발언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놨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측이 관례를 깨고 남북 비밀 접촉의 과정을 공개했습니다. 남측 참석자의 이름도 밝혔습니다. 국방위원회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이 사용됐습니다.

5월9일 비밀접촉에서 ‘남측이 6월 하순과 8월, 그리고 내년 3월 세 차례에 걸쳐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이를 위한 장관급 회담을 5월 하순에 열자고 제안했다’는 내용입니다.

당시 접촉은 남측의 요구 때문에 결렬됐다고 북측 대변인은 덧붙입니다.

남측은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측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면서 최소한 사과로 인식할 수 있는 ‘절충안’이 필요하다고 요구했지만, 북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북측은 남측 정부를 욕보이겠다는 듯 남측이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하자며 ‘돈봉투까지 내놓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북측 대변인은 또 이명박 정부를 ‘역적 패당’이라고 표현하면서 남측 정부와 더이상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의 당국자는 북측과 비밀 접촉을 했던 건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통일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북측이 “우리의 진의를 왜곡한 일방적 주장”을 했다며,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남측 정부가 마치 정상회담에 연연한 것처럼 주장해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남북관계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통일부 대변인은 또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해서는 북한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면서 “북한은 지금이라도 책임 있는 자세를 갖고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공개 내용 가운데 가장 민감한 부분으로 여겨지는 돈 봉투에 대해 “황당한 얘기”라면서 “당연히 그런 것은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북한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들은 북측이 남측 정부와 더 이상 상대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게 한 가장 직접적인 계기로 한국에서 최근 발생한 표적지 사격 문제를 들고 있습니다.

남측의 일부 야전부대가 사격 훈련을 하면서 김일성 주석이나 정일, 정은 부자의 사진을 담은 표적지를 사용한 게 보도됐고, 김 부자를 신성시하는 북측 지도부가 발끈한 걸로 보인다는 해석입니다. 국민대 정창현 겸임교수입니다.

정창현: 이런 부분이 남북관계가 좋을 땐 하나의 해프닝으로 지나갈 수 있지만 지금은 막혀있고, 또 남측이 정상회담을 제안한 가운데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은 남측의 이중적 태도, 또는 정상회담을 위한 진정성 부족으로 북측이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이밖에도 북측은 이번 발언을 통해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를 전제로 하는 정상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또한 미국과 한국의 지원에 목매지 않겠다는 태도로도 풀이됐습니다. 동국대 김용현 교수입니다.

김용현: (북한이) 북중 정상회담에서 경제적인 성과를 거둔 상황에서 남측으로부터의 지원이 없이도 북중 경협으로 이명박 정부 내에는 북한이 버틸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이런 발언을 강하게 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북한과 중국의 지난번 정상회담이 북측에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고 해석하는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반도의 긴장을 높여 중국에 불만을 표출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다음 번엔 말이 아니라 군사적 행동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경기개발연구원 통일 동북아연구센터의 손광주 선임연구위원입니다.

손광주: 김정일의 입장에서는 남북간 긴장과 사건을 일으키는 걸 매개로 해서 오히려 남한을 압박하고, 또한 중국에도 시위하는 게 필요했던 걸로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이밖에도 북한은 남한이 내년에 총선과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점을 감안해 선거에 간접적으로 개입하려는 의도를 실행에 옮겼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청와대와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의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일으켜 이른바 남남 갈등을 유발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걸로 보인다는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