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성묘, 방식 달라도 전통은 이어져

0:00 / 0:00

MC: 요즘 한국에선 추석 명절을 앞두고 조상의 묘를 찾아 잡초를 제거하고 풀을 깎는 벌초가 한창입니다.

북한에서도 조상의 음덕을 기르기 위해 성묘하고 벌초하는 풍습을 지켜나가고 있는데요. 다만, 문화적 차이로 성묘 방식에선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남북한 성묘 문화를 서울의 노재완 기자가 비교해봤습니다.

지난 12일 충북 청주시 근교의 한 공원묘지. 궂은 날씨였지만 묘를 돌보는 손길에는 정성이 가득합니다.

한국에선 해마다 추석을 앞둔 이 시기가 되면 전국의 들녘이 벌초를 하는 성묘객들로 만원을 이룹니다.

요즘엔 풀을 베는 기계가 발달해 낫 대신 예초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초기는 동력원에 따라 크게 휘발유엔진, 가스, 충전식 등 세 가지로 분류되는데, 주로 휘발유와 엔진오일을 혼합해 사용하는 엔진식이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벌초를 할 때는 보통 가족들은 물론, 친지들도 함께 모입니다.

성묘객 김재덕 씨의 말입니다.

김재덕: 추석을 앞두고 집안 어른들을 모시고, 또 조카들과 사촌 동생들을 데리고 벌초하러 왔습니다. 요즘에는 예초기를 갖고 벌초를 하니까 옛날처럼 그렇게 힘들지 않습니다. 사촌 동생들이랑 음식 나눠 먹으면서 일하니까 재미가 있고, 조상 모시는 의미도 있어 굉장히 좋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한국에서는 화장을 장려하고 납골시설이 좋아지면서 장묘 문화가 매장에서 납골묘 형태로 변화하는 추세입니다. 묘지가 제한돼 있고, 조상의 묘지를 돌보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도시에 사는 자손들이 벌초나 성묘를 위해 먼 고향 묘지까지 때마다 맞춰 내려오기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북한에선 대체로 벌초를 추석날 아침에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처럼 집에서 차례를 지내지 않기 때문에 아침에 곧바로 조상의 묘를 찾습니다. 그리고 벌초를 한 뒤 음식을 차려놓고 절을 올리거나 묵도를 합니다. 그러나, 한국과는 달리 전통적인 제사법을 지내지 않는다고 탈북자들은 전합니다.

탈북자 이주도 씨입니다.


이주도: 북한에선 지방마다 제각기 적당히 음식을 차려놓고 절을 하는데요. 절하는 방법도 조금 씩 다릅니다. 세 번 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분단 반세기를 지나오면서 남북한의 문화는 여러 면에서 차이를 드러내고 있지만,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성묘 문화의 전통은 여전히 잘 지켜나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