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한에 공짜를 바라는 햇볕중독증을 아직까지 보입니다. 북한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되는 월드컵 축구 대회를 북한에 무상으로 중계하는 문제와 관련해서, 협상 대상자인 남한 방송사 서울방송(SBS)에 남아공에 파견할 자국 기자단의 체재비와 취재비는 물론 방송 시설의 설치비까지 요구했다고 합니다. 이에 관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북한이 남한에 지금까지도 공짜를 바란다는 이야기가 나온 배경은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11일 통일부 관계자의 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한반도의 중계권을 가진 SBS와 무상 중계와 관련해 협상하면서 남아공에 파견할 자국 기자의 숙식비를 비롯해서 각종 비용을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언론사도 SBS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협상 과정에서 SBS에 자국 응원단을 취재하는 대가로 돈을 요구했다고 보도한 바도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물론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북한은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의 햇볕정책에 기반한 이 같은 무상 원조나 지원에 길이 들여져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런 행태를 보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북한이 남한에 공짜를 바란 최근 사례를 좀 더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기자: 작년 10월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남북의 비밀 접촉을 들 수가 있습니다. 북한의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남한의 임태희 노동장관이 싱가포르에서 접촉했을 때 북한은 정상회담 대가로 대량의 쌀과 비료를 무상으로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또 올해 2월초에는 원동연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한국 정부 당국자와 베이징에서 북한에 나무를 심는 문제를 논의할 때도 대가로 쌀과 비료의 지원을 바랐습니다. 북한은 남아공 월드컵 축구대회에 응원단을 공동으로 보내는 대가로 응원단 전원의 항공료, 숙식비와 식량 5만톤을 요구했습니다. 이와 같은 사례는 북한이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 하던 행태의 연장선 위에서 나왔다고 보입니다.
앵커: 한국은 작년에 북한 군대의 노후한 통신선을 교체하기 위해서 광케이블을 제공했습니다. 이런 조치는 북한이 남조선에 공짜를 바라는 행태를 더 키운 측면이 있지 않나요?
기자: 한국 정부는 작년 말 북한군의 통신선을 교체하는 데에 들어가는 광케이블 45킬로미터를 제공했습니다. 서해 지구 20킬로미터, 동해 지구 25킬로미터입니다. 이 광케이블은 동해선과 경의선으로 가는 한국 국민의 출입경을 지원하는 용도나 남북 간의 군사 통로를 통해서 전문을 주고 받는 용도였습니다. 이 광케이블이 군사적 용도로 사용돼 한국군의 북한군 감청이 떨어져 버렸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이런 지원은 북한이 남한에 무상 원조를 바라는 마음을 더 키운 측면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 정부는 상생의 차원에서 물자를 제공했습니다. 통일부 이종주 부대변인은 여기에 들어간 비용은 약 20억 원(미화 177만3천여 달러)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한국 정부가 북한에 이처럼 무상 원조를 제공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상생의 차원에서 순수한 인도적인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체제와 상관 없이 북한 인민도 동포라는 견지에서 이들이 고통을 받는다거나 필요한 사항이 있을 때는 원조를 한다고 입장을 정리한 바가 있습니다. 다만 북한에 유화적인 김대중/노무현 정권과 달리 이명박 정권은 이런 지원을 북한의 비핵화와 연계했다는 점이 다릅니다. 그러나 시급한 사항에 관해서는 비핵화와 연계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기도 합니다. 일례로 한국 정부는 작년 12월 신종플루/신형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 50만 명 분을 제공했습니다. 약값과 배송비로 약 110억 원(975만1천773달러)이 들어갔습니다. 한국 정부가 2009년도 남북협력기금에서 인도적인 지원 목적으로 사용한 금액은 이 돈을 포함해 200억 원(1천773만 달러)에 이릅니다.
앵커: 이명박 정부도 이전의 김대중/노무현 정부처럼 대북 지원을 계속할 준비를 합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에 대해 쌀과 비료 지원을 전면 중단한 가운데 2010년도 예산에 쌀 40만 톤과 비료 30만 톤을 지원하는 금액을 반영했습니다. 이 금액은 남북협력기금 중에서 지출되는데 6160억1300만 원(5억4천6백11만 달러)에 이릅니다. 이외에도 한국 정부는 민간단체를 통한 지원과 국제단체를 통한 지원에 430억 원(3천812만 달러), 그리고 기타 인도적 지원에 493억 원(4천370만 5천 달러)을 배정했습니다. 또 개성공단 안에 북한 근로자의 숙소를 짓는 사업을 비롯해서 남북 경협에 들어가는 비용으로도 1447억 원(1억2천 828만 달러)을 책정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을 위해서 책정한 이런 엄청난 예산은 북한이 한반도 긴장을 높이는 도발적 행위를 계속할 경우 예정대로 집행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앵커: 이명박 정부는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보다 외형적으로 보기에는 대북 무상 원조에 더 소극적인 태도를 나타냅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봅니까?
기자: 이명박 정부가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의 남북 교류에 부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정부는 북한에 쌀과 비료를 주고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북한에서 받아냈습니다. 이러한 거래를 통한 교류 행태가 고착화하는 현상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출범 후 이런 행태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여기서 더 나아가서 2월 2일 남북 정상회담의 대전제를 밝혔습니다. 이전의 한국 정부가 보인 관행처럼 남북 정상회담을 하는 대가를 북한에 지불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원칙과 더불어서 이명박 정권은 대북 무상 지원을 북한의 비핵화와 연계했다는 점입니다.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는 한편 대남 도발을 일삼는 상황에서 대규모의 쌀과 비료를 지원하는 일은 불가하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남북한 교류가 남조선의 무상 원조나 대가 지불과 같은 거래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현상을 이전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보였습니다. 그렇게 볼 만한 사례를 들어주시지요?
기자: 북한은 2000년 이후 거의 매년 쌀 30만 톤 이상과 비료 30만 톤 이상을 받았습니다. 이 같은 원조는 모두 정상회담이나 기타 행사와 연관이 있었습니다. 과거 정부는 정상회담과 기타 행사를 개최해 국민에게 보여주려는, 정권적 차원의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북한도 이런 측면을 잘 간파하고 대규모 쌀과 비료의 원조를 요청했습니다. 일례로 노무현 정부는 2007년 3월 2일 평양에서 식량 40만 톤과 비료 30만 톤을 지원하기로 북한과 합의하고 납북자/국군 포로 문제, 경의선/동해선의 열차 운행 등을 다루려 했습니다. 이런 행태가 계속되니 북한은 다른 부분의 무상 지원까지도 당연한 일로 생각하게 됐습니다. 북한이 무상 중계 외에도 남아공에 가는 자국 기자의 숙식비와 취재비까지 SBS에 요구한 행태는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고 보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북한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각가지 형태의 무상 원조나 지원을 남한에 요청하는 이유와 배경에 관해서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