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으로 떠오른 북한제 슈퍼노트 Q/A]

미국과 남한에서 소위 미화 100달러짜리 위조지폐인 ‘슈퍼노트’가 현안으로 부각되고, 이 슈퍼노트의 배후로 북한 정권에 있는 실세가 지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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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æÁ¦ 미국과 남한에서 소위 미화 100달러짜리 위조 지폐인 ‘슈퍼노트’가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사진은 2005년 4월 남한 경찰이 적발한 미화 100달러짜리 초정밀 위조 지폐. (사진-연합뉴스 제공/zJin)

관련 사항을 장명화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네, 미국을 비롯한 정보 당국이 최근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위조 지폐를 유통시킨 책임자로 지목했습니다. 미국의 일간지인 워싱턴 타임스는 2일 외국 정보기관의 보고서를 인용해 오 부위원장이 1989년부터 최소 19종류의 슈퍼노트를 만들어 모두 4,500만 달러를 유통시켰다고 전했습니다.<br/>


앵커:

장명화 기자, 우선 저희 청취자들을 위해 '슈퍼노트 (supernote)'가 무엇인지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장명화:

네, 슈퍼노트는 진짜 지폐와 같이 75% 면 섬유와 25% 마로 제작된 100달러짜리 초정밀 위조지폐를 말합니다. 위조지폐 감식기로 식별이 쉽지 않고, 적외선 감별기나 특수 확대경으로만 감식할 수 있기 때문에 ‘슈퍼노트'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현재 슈퍼노트를 제조하는 나라로 의심받는 국가는 북한과 이란 등입니다. 특히 슈퍼노트는 마약의 제조, 운반과 함께 북한의 대표적인 ‘외화벌이’ 수단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앵커:

그런데 북한이 만들었다고 추정되는 슈퍼노트가 남한에 대량으로 밀반입됐다는 소식이 막 들어왔는데요, 간단히 전해주시죠.

장명화:

네, 부산지방경찰청의 외사수사대는 지난해 11월 슈퍼노트 9천904장을 몰래 반입해 남한에 유통하려 한 혐의로 김 모씨를 포함해 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습니다. 남한의 법무부는 미국 측과 공조 수사를 통해 이 위폐가 슈퍼노트라고 확인했지만, 적발된 일당은 북한과 연결됐다고 추정되는 최종 중개인(브로커)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앵커:

미국 정부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달러를 위조했다는 혐의가 있는 지역을 상대로 갖가지 방법으로 조사하고 수사해온 만큼, 이번 사건에도 응당 상당한 관심을 보였겠죠?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4일 부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국의 특별수사관을 포함해 2명이 부산경찰청을 찾아와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문의했습니다. 또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4일에는 미국 재무부의 하와이 지부장을 포함해 4명이 부산을 다녀갔습니다. 이들은 수사와 관련한 서류와 압수한 위폐, 그리고 피의자 진술 등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또 지난 3월 11일에도 미국 재무부에 소속한 검사와 수사관 6명이 부산경찰청을 찾아와 수사가 진척되는 상황을 문의하고, 남한 측과 수사 방향에 관해 심도 있게 논의했습니다. 아울러 이들은 부산구치소에 수감 중인 피고인들과 만나 위조 지폐의 유통 경로를 조사하고 돌아갔습니다.

앵커:

슈퍼노트의 배후에 북한 정부가 있지 않겠느냐는 게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그런데 최근 북한에서 슈퍼노트를 제작하고 공급을 담당한 핵심 인물이 밝혀졌다죠?

장명화:

네, 미국을 비롯한 정보 당국이 최근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위조 지폐를 유통시킨 책임자로 지목했습니다. 미국의 일간지인 워싱턴 타임스는 2일 외국 정보기관의 보고서를 인용해 오 부위원장이 1989년부터 최소 19종류의 슈퍼노트를 만들어 모두 4,500만 달러를 유통시켰다고 전했습니다. 신문은 구체적으로 노동당 산하의 평송 상표인쇄소를 위폐를 제작하는 공장으로 지목하고, 오 부위원장의 아들과 친척 역시 해외 운반책으로 동원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신문은 특히 지난해 부산에서 100만 달러 규모의 위조지폐가 압수된 사실을 지적하면서, 최근 북한이 남한을 위조 지폐를 유통시키고 세탁하려는 거점으로 활용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신문은 미국의 정보 당국과 전 현직 관리들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 (RFA)이 4일 접촉한 워싱턴의 외교 당국자 역시 오 부위원장을 위폐 제작의 총책으로 지목한 관련 내용은 남한 정보 당국의 판단과 거의 일치한다며 관련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앵커:

오극렬 씨라면 김 위원장과 매우 절친한 관계로 최근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승진한 인물 아닙니까? 또 최근 북한의 후계자로 낙점된 김 위원장의 3남인 김정운 씨의 핵심 후견인이기도 하고요.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오 부위원장은 올해 78세로 공군사령관 출신입니다. 1989년부터 20년간 간첩 양성과 침투를 총괄하는 노동당 작전부장을 지내면서, 잠수정과 행글라이더를 침투시키는 방법을 고안해 냈습니다. 북한 군부의 대표적인 '강경파'로 꼽힙니다.

1979년부터 1988년까지 총참모장으로 있던 시절 북한군의 현대화를 주도했지만, 당시 실세였던 오진우 인민무력부장과 군 개혁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 좌천됐습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보호로 살아남았습니다. 오 부위원장은 일제 말기 '김일성 부대' 대원이던 오중성 씨의 외아들로, 어릴 때 김 위원장과 형제처럼 함께 자랐다고 합니다.

현재 북한의 제2인자로 불리는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과는 만경대혁명학원 동문입니다. 오 부위원장은 장 부장보다 연배가 높지만, 그 누구보다 장 부장과 가까운 ‘오른팔’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앵커:

결과적으로 오 부위원장을 포함한 북한의 고위층은 위폐를 제작하는 데 가담한 '범죄 지도부'나 마찬가지라는 느낌이 드는군요. 앞으로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취할 금융 조치는 북한 지도부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리라 예상되는데요, 북한이 굳이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가짜 달러도 필요가 없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장명화 기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