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강력사건 빌미로 주민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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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인해 주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사법당국이 단순 살인사건을 주민탄압의 기회로 악용하고 있다고 복수의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양강도 혜산시 주민들이 얼마 전에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큰 고초를 겪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며칠 전 혜산시 신흥동에서 개인 숙박소를 운영하던 주인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있었다”며 “그 사건으로 하여 혜산시 일대에 비상이 걸렸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12월 23일, 양강도 혜산시 신흥동에서 불법적인 숙박소를 운영하던 박씨 성의 한 여성이 자강도 강계시에서 온 숙박 손님에게 살해당하는 끔찍한 범죄가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살인범은 숙박소 주인의 친척 벌 되는 다른 남성도 칼로 찔러 중상을 입혔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지난해 군에서 제대되어 올해 29살로 알려진 범인은 ‘얼음(필로폰)’으로 불리는 북한산 마약 200그램을 팔기 위해 국경도시인 혜산시에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마땅한 판로도 없고 여비도 모두 떨어지자 주인의 돈을 빼앗아 내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한편 또 다른 양강도의 소식통은 “신흥동에서 있은 살인사건으로 온갖 검열과 단속이 한꺼번에 들이닥치고 있다”며 “사법기관들이 마치 이런 살인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단속에 날뛰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법기관 간부들이 김정일 사망 1년 추모기간 동안 단 한건의 사건사고도 없도록 하겠다고 결의모임까지 가졌는데 그동안 혜산시에서만 중국으로 도주한 주민들을 비롯해 수많은 사건사고들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더욱이 이번 살인사건의 범인이 김정일 사망 1년을 맞으며 선포된 특별경비 기간에 마약을 가지고 버젓이 국경연선 도시에 잠입한 것으로 하여 양강도 사법기관 간부들은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사건 후 양강도 사법당국이 각 인민반들에 대한 숙박검열과 함께 수많은 보안원들과 순찰대를 동원해 길거리에 오가는 주민들까지 단속을 하고 있어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생계가 어려워지면서 살인과 같은 강력 범죄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며 “그런데도 사법기관들이 사전에 대책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민을 단속하고 탄압하는 기회로 악용하고 있다”고 사법당국의 행태를 꼬집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