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대 수영장에 미국산 장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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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개장한 북한 평양의 김일성대학 수영장에 '자랑스러운 미국산'이 명기된 설비들이 많았다고 최근 평양을 방문한 미국인이 전했습니다.

김진국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련 인터넷 매체(NKNEWS.ORG)를 운영 중인 미국인 태드 파렐 씨는 지난 9월 평양을 방문해 북한의 최고 명문대학으로 알려진 김일성 종합대학의 수영장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2009년 말에 개장한 실내 수영장은 8개의 수영 코스와 자동승강기를 타고 올라가는 현대식 도약대, 화려한 조명과 전자계기판, 그리고 최신 물놀이 시설을 갖추고 있어 북한당국이 평양을 찾는 외국인에 자주 소개하는 자랑거리 중 하나입니다.

파렐 씨는 수영장의 현대식 시설도 인상 깊었지만, 첨단 전자 장치를 자세히 보고 더욱 놀랐다고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태드 파렐:

북한의 관광 안내원을 따라 김일성 대학의 수영장에 갔는데 시계 장치와 음향 기기 등 미국이 만든 설비가 많았습니다. 북한이 자랑하는 최고의 대학에 적대적 관계인 미국산이라는 표식이 뚜렷한 첨단 장치들이 있어 놀랐습니다.

파렐 씨가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한 사진을 보면 수영장 출발선 아래 ‘콜로라도 타임 시스템 (Colorado Time Systems)’이라는 글자와 회사 상징이 크게 적혀 있습니다.

이는 선수들의 출발과 도착을 자동으로 감지해서 수영 기록을 표시하는 장치로 미국 중부의 콜로라도 주 러브랜드(Loveland)에서 생산됩니다. 또 다른 사진은 수영장의 음향기기의 모습입니다.

‘오하이오 주 데이톤에서 만든 자랑스러운 제품’(MADE WITH PRIDE IN DAYTON, OHIO)이라는 문구가 뚜렷하게 보입니다.

미국 동북부 오하이오 주에서 포제이(4Jay)사에서 만든 스피커 즉 확성기입니다. 미국 회사들은 북한에 자사 제품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서 놀랍고 당황스럽다는 반응입니다.

버논 퍼난데스 4Jay사 대표는 회사를 세우고 지난 50년간 한 번도 북한과 거래하거나 물품을 기부한 적이 없다면서 생각지도 못한 장소여서 놀랍다고 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밝혔습니다.

CTS사의 국제판매 담당자는 한국의 거래 상대가 북한과 거래한 적 없다고 확인했다면서 중국 쪽을 통해 북한에 판매됐을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미국산 제품을 북한에 수출하려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미국 정부는 유엔의 대북결의 1718호와 1874호 그리고 수출관리법(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s)을 적용해 사치품이나 대량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일 수 있는 물품의 북한 반입을 통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