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치적 쌓기 중점 사업으로 전국 각지에 건설된 물놀이장이 심각한 수질 오염으로 인해 애물단지로 변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상황이 어떤지 정영기자가 전합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시로 전국 도처에 건설된 물놀이장이 심한 물 부족과 위생여건 미비로 비난을 받고 있다고 복수의 북한주민들이 알려왔습니다.
중국을 방문한 황해남도의 한 남성주민은 "당의 방침을 관철한다고 해주시에도 물놀이장이 크게 건설됐지만, 정기적으로 물을 갈아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10대 소년들 속에서 각종 피부병과 눈병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이 북한 주민은 "물놀이장에서는 관리원들이 후리채를 들고 다니며 물에 떠다니는 거품과 오물을 건져내는 수준"이라며, "물놀이장에 소독약을 쳐야 한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조차 별로 없다"고 말해 위생상황이 열악함을 내비쳤습니다.
당초 북한당국이 물놀이장을 건설하라고 내리먹일 때부터 황해도 주민들 속에서는 "먹는 물도 제대로 없는 황해도에서 물놀이장 건설은 합당치 않다"는 의견이 제기됐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김정은 제1위원장이 2012년 능라인민유원지 물놀이장을 참관한 자리에서 "지방 도시들에도 이런 물놀이장을 건설해줘야 한다"고 지시한 후, 북한 각지에서는 물놀이장 건설 바람이 불었습니다.
이 소식통은 "물놀이장 건설에 필요한 시멘트와 모래 자갈도 순수 인력으로 날라다 건설했는데, 가장 심각한 애로는 전기가 부족해 물을 정제시키지 못하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식수도 변변치 못한 평안남도와 황해도 지방에서는 물놀이장 물을 채우느라 우물을 파고, 자동차로 물을 날라다 채우는 등 대규모 노력과 비용을 투입했다는 것입니다.
또 물을 쉽게 빼고 넣을 수 있게 강변과 가까운 곳에 건설된 물놀이장에는 하수구를 크게 내다보니 학생들이 모르고 뛰어들었다가 익사 사고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이 같은 물놀이장 관리 부실은 특권층이 즐기는 문수 물놀이장과 릉라인민유원지 등 몇 군데를 제외하고 평양시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번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평양을 다녀왔다는 평안북도 국경지방의 한 주민은 "전기부족으로 물을 채우기 힘들어 반월도 물놀이장은 완전 폐쇄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그런데도 외국인들이 볼 수 있는 문수물놀이장을 개방하고 '수상낙원'이 펼쳐졌다고 자랑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동부에 정착해 사는 한 탈북 여성은 최근 북한에서 건설된 물놀이장 바람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탈북여성: 미국 수영장에 들어 가보면 수영하기 전에 물을 정화시키느라 기계를 넣어서 다 정화시키지... 그게 끝나면 약을 넣지, 얼마나 맑습니까, 그런데 북한에서는 강물을 퍼서 그냥 하는데 거기 소독약이 얼마나 들어가겠습니까, 그걸 충족시키는데 비용도 어마어마하게 들겠지요.
이 여성은 "김정은 체제가 민심을 잡기 위해 물놀이장을 크게 건설하고 있는데, 사실 주민들 입장에서는 먹고 사는 문제가 풀린 다음에야 이를 이용할 가치도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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