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조문단과 남북협력의 조건

북한의 김기남 노동당 비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포함한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조문단이 지난 21일부터 2박3일 동안 서울에 와서 조문을 마친 뒤 남한의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고 평양으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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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북한 조문단은 이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남북협력의 진전을 바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남과 북이 협력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며 남한 정부의 대북원칙을 김 위원장에게 전달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1년 넘게 대남위협전술을 구사해온 북한이 북한에 억류된 유성진 씨 석방에 이어 조문단파견, 남북협력요청 등 갑자기 유화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북한은 지난 5월 2차 핵실험 등에 대해 미국과 유엔 안보리가 강력한 제재조치를 실행하자, 지난 4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꾀하려 했으나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대북 제재를 완화시켜 보려는 데 일차적 목표를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은 서울을 거쳐 워싱턴으로 가기 위한 전략적 판단에서 대남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아울러 북한은 남북교류 등이 속도를 내어 앞으로 나아갈 경우 미국의 대북제재와 속도가 맞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대북정책에 대한 한·미 공조를 균열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유화적 태도는 남한으로부터 경제지원을 받기 위한 술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제적 대북제재로 인해 외화수입 통로가 차단된 북한으로서는 금강산 관광 재개 및 개성공단 정상운영 등으로 달러를 확보해야할 절박한 상황에 몰렸기 때문입니다.

그 의도야 어쨌든 북한이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고 남한 정부도 언제, 어떤 수준이든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멀지 않아 남북당국 간 대화가 열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대화가 재개된다하더라도 북한 핵문제의 우선 해결을 요구하는 남한 측과 경제협력을 앞세우려는 북한의 입장이 대립되고 있는 만큼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남북대화의 진전을 위해서는 한반도 평화의 본질인 북한 핵문제 해결이 진전을 보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핵 폐기를 위한 6자회담으로 하루빨리 다시 돌아와야 합니다.

또한 남북교류 협력과 관련하여 앞으로 북한지역에 체류하는 남한 측 인원들에 대한 신변안전을 철저히 보장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2004년 체결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의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의 미비점을 보완함은 물론 그밖에 평양 등 다른 지역 체류자에 대한 신변보장책도 새로이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 박왕자 씨 사살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및 사과도 있어야할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에 북한당국이 진정성을 보일 때 남북경제협력의 물꼬가 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