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물폭탄 퍼부은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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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6일, 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42.3k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황강댐 즉, '황강 언제'에서 예고 없이 강물을 대규모로 방류하는 바람에 하류인 남한의 임진강 일대에서 야영을 하던 6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습니다.

현재 북한은 임진강북쪽지역에 '4월5일 댐'과 황강댐 등 두개의 댐을 갖고 있으며 이중 황강댐은 저수량이 약 4억 톤에 이르는 대형 댐입니다. 그 동안 북측이 이들 댐에서 물을 갑자기 방류해 남측이 어구 손실 등 재산피해를 입었으나 이번에는 우려했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입니다.

만약 북측이 댐 방류 전에 남측에 알려만 줬어도 충분히 인명피해는 막을 수 있었는데 북한은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고의적 행동은 남북 합의와 국제법을 위반한 도발행위나 마찬가지라고 하겠습니다. 북측은 2005년 7월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10차 회의 때 '올해 홍수철 피해대책을 위해 임진강과 임남댐의 방류계획을 남측에 통보한다'고 약속했었습니다.

북한은 이에 앞서 2002년 6월과 2004년 8월, 방류계획을 남측에 사전에 알린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이런 약속과 관례를 깨고 한밤중에 물 폭탄을 퍼부어 남한 국민의 목숨을 앗아간 도발을 저지른 것입니다.

또한 북한의 이번 방류는 국제법에도 저촉됩니다. 1997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국제수로의 비항행적 이용법에 관한 협약'은 한 수로국이 다른 수로국에 불리한 효과를 끼칠 수 있는 어떤 조치를 취하거나 허가하려면 반드시 사전에 적기 통고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도 유엔회원국인 만큼 당연히 이 협약을 준수해야할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북한이 이 같은 남북합의와 국제법을 위반하면서 왜 이런 수공(水攻)작전을 폈을까. 우선은 북한 국방위원회 등 강경세력이 남한정부에 대한 불만에서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 자기들의 대남유화공세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호응하지 않고 있는 남한 정부에 위협을 주려는 의도에서 새로운 형태의 압박카드를 꺼냈을 소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경위를 설명해 달라는 남한정부의 전통문을 받은 북측은 임진강 상류에 있는 북측 댐의 수위가 높아져 긴급 방류했으며, 앞으로 많은 물을 방류할 경우 사전 통보하겠다고 회신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임진강 상류에 비가 오지 않았고 남측 사망자들에 대한 사과 한마디도 없었다는 점에서 북측 해명은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것은 북한이 대남위협용으로 사건을 저질러 놓고 의외로 남한의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재빨리 사건을 봉합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남북관계개선을 위해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함은 물론 진실한 자세 즉 진정성을 보여주는 일이 제일 중요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작년에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에 이어 이번에도 임진강 참변을 저질러 놓고 사과 한 마디도 없으니 북한의 진정성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