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북한판 보트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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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월남 공산화직후 많은 월남 국민들이 공산주의가 싫어 조각배를 타고 집단적으로 해상탈출 하는 모습을 우리는 보았습니다. 이들이 공산화된 월남의 감시와 통제망을 뚫고 어선에 몸을 싣고 정처 없이 먼 바다를 향해 배를 젓는 장면을 목격한 국제사회에서는 큰 충격과 함께 자유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보트피플 사태가 20여년이 지난 오늘날 한반도 북녘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일, 북한 주민 11명이 배를 타고 필사적으로 북한을 탈출, 남한의 강원도 주문진항으로 넘어왔습니다. 이들은 3톤짜리 소형 고기잡이 배 전마선을 타고 함경북도 김책시를 출발, 북한 경비정의 감시를 피해 동해 먼 바다로 돌아 나흘 만에 남한 주문진항으로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이번 북한주민의 집단 해상 탈출은 1987년 김만철 일가 11명 탈북 이후 7번째이며, 2002년 북한 주민 세 가족 21명이 어선을 타고 내려온 이후 7년만의 최대 규모입니다. 이들은 남한에 도착한 이후 식량난으로 인한 굶주림 때문에 탈북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보듯이 올해 북한 식량사정이 심상치 않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2,400만 북한인구의 3분의 1이상이 식량난으로 굶주림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고서를 유엔총회에 제출했습니다.

이에 앞서 유엔 세계식량계획(WFP)과 세계식량농업기구(FAO)도 공동보고서에서 올해 북한주민 900만 명이 기근에 시달릴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오죽하면 북한의 장재언 적십자 위원장이 지난달 26일,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장에서 자기들의 호의에 의해 이산가족상봉이 이루어졌으니 남에서도 상응하는 호의를 표하는 게 어떻겠느냐며 넌지시 대북식량지원을 요청했겠습니까. 북한의 식량부족현상은 비료부족 등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 나쁜 기후 조건, 외부로부터의 식량지원 중단 등 여러 요인 때문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이 세 가지 요인이 겹쳤기 때문에 주민들의 굶주림은 계속되고 탈북행렬도 더 길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최근 북․중 국경을 통한 육로 탈북을 엄격히 통제하자 이번처럼 해상탈북사태가 다시 벌어지고 있는데 앞으로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탈북자의 4분의 1가량이 해상탈출을 택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습니다.

일본 정부도 유사시 북한 난민 10만 명이 바다를 통해 일본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 당국이 이러한 급변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북한주민들에게 자유와 빵을 주어야 합니다. 주민들에대한 가혹한 억압과 통제를 풀고 최소한 먹을 것을 보장해주어야 합니다. 지난 추석 때 북한당국이 '주민들이 장군님의 안녕을 비는 마음으로 추석 달구경을 했다.'는 거짓 선전공세로 주민들을 속일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월남판 보트피플 사태'가 북한에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