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김정일의 사진 정치

그 동안 와병 중이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축구관람 사진 공개를 놓고 그 진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북한 언론은 지난 2일,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군 「만경봉」팀과 「제비」팀의 축구경기를 관람했다면서 그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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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사진 10장 가운데 1장은 김 위원장이 의자에 앉아 뭔가를 지켜보며 웃는 장면이고 2장은 김 위원장이 서서 간부들과 환담하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진을 찍은 날짜와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사진 속 경기장은 평양 도심이 아닌 교외의 군부대 운동장으로 추정됩니다. 그가 지난 8월 14일, 군부대 시찰이후 공식석상에서 사라진 지 꼭 80일 되는 이날 공개된 사진은 가을에 촬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11일, 북한·언론이 공개한 여군부대 방문사진은 7, 8월에 찍은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바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 속의 김 위원장은 다소 야위고 왼손이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여 수술 후 회복 중이라는 남한정보당국의 추정과도 맞아 떨어집니다. 남한 당국자는 이번 사진은 10월 11일 것보다 신빙성이 있다면서 그러나 정확한 분석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습니다. 그런가하면 일부 다른 전문가들은 사진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북한이 시기, 장소를 밝히지 않는 데다가 동영상을 공개하지 않고 김 위원장과 경기 장면이 각각 있는 사진을 공개한 것이 미심쩍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김 위원장과 경기 장면이 함께 보이는 사진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그리하여 작년 또는 그 이전 가을 행사 때 찍은 것일 수도 있고 조작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사진이 진짜일 경우 뇌졸중·후유증으로 추측되는 일부 모습이 눈에 띈다는 사실입니다. 우선 왼팔이 축 늘어져있고 윗옷 주머니에 엄지손가락만 걸쳐서 지탱하고 있는 점 등으로 미루어 뇌졸중·후유증일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이 미심쩍은 사진을 공개한 북한 당국의 의도입니다. 그것은 김정일이 풍을 맞아 쓰러졌다는 소문이 북한 사회에 퍼지면서 동요하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단속 목적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남한과 국제사회에 대해 김정일이 건재하고 있으니 딴 생각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북한 당국이 이처럼 아리송한 사진 정치를 하지 말고 모든 것을 사실대로 발표해야할 것입니다.

우선 절대 권력자에 의해 자기의 생사존망이 좌우되는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진실을 알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김정일의 유고 여하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급변상황으로 전환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남한 국민들도 알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사회가 투명한 개방사회로 변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평화문제연구소 상임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