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조문단장에 김기남 노동당 비서 전망"

북측이 18일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 측에 ‘조의 방문단’을 파견하겠다는 의사를 19일 전달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 사실을 김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간접적으로 전달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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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측이 '특사 조의 방문단'을 파견하겠다는 의사는 '김대중 평화센터'의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앞으로 전달됐습니다. 북측은 조문단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부장을 비롯한 5명 정도로 구성된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김 전 대통령과 안면이 있는 인사를 위주로 북측 조문단이 구성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입니다.

양무진: 제 생각으로는 당 중앙위원회 비서인 김기남을 단장으로 하고, 이종혁 아태위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안면은 없지만 하나의 상징성 차원에서 통전부장을 맞고 있는 김양건 부장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기남 비서는 올 들어 김정일 위원장의 공개 활동을 수행한 횟수가 가장 많은 인물입니다. 김양건 부장은 2007년 정상회담 때 김정일 위원장과 배석한 유일한 인물이며 북한의 대남정책 결정과정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북측 조문단은 김정일 위원장의 화환을 들고 특별기를 이용해 서해 직항로로 들어와 하루 내지 이틀간 머물 예정이라고 김 전 대통령 측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밝혔습니다.

북측은 “남측에서 실무적 대책을 빨리 취하고 결과를 알려달라”는 뜻을 김 전 대통령 측에 전했습니다. 박지원 의원은 “청와대와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북한의 조문단 파견 계획을 알렸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한국 정부는 북측의 조문단 파견 소식을 김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간접적으로 전달받았습니다. 북측이 남측 당국을 거치지 않고 곧장 김 전 대통령 측에 조문단 파견 의사를 밝힌 데에는 현재 남북 당국 간 공식 대화통로가 없다는 표면적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지금껏 남측 지도자를 비난하고 대화를 거부해 온 북측이 고위급 조문단의 파견 문제를 남측 당국과 협의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게 껄끄러웠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합니다.

또한 북측이 지난 17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남북 당국 간 협의할 사항을 논의한 데서도 볼 수 있듯이 이번 통지문 전달 형식도 이른바 ‘통민봉관’의 의도를 보여줬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북한전략센터> 김광인 소장입니다.

김광인: 표면적으로는 남북 당국자 간의 대화 통로가 없기 때문이라는 측면이 있고요. 그보다는 근원적으로 (북한이) 당국자를 배제하고 (남한과) 민간 차원에서 대화의 창을 열려는 북한의 계산된 의도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북측의 수송 수단이 남측에 들어오려면 남측 당국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북측 인원이 남한을 방문하기 위해서도 방문 기간과 목적 등을 남측 당국에 사전 신청하고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18일 “북한이 조문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으며, 정부 관계자들은 19일에도 “조문단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고위급 북측 조문단이 서울에 머무는 동안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입니다.

정성장: 북한이 현재 대미, 대남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만약 남측에서 고위급 대화를 요청한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정 박사는 북측 조문단이 “김정일 위원장의 핵심 측근으로 구성될 것으로 본다”면서 “사전 조율을 거쳐 이들이 서울에서 남측 지도부와 만날 경우 양측 최고 지도자의 남북관계에 대한 의중을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북측은 조문단 파견의 목적을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차원으로 국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당국 간 직접적인 접촉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북측의 조문단 파견은 남북 경색 국면을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는 데 나름대로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조문단 문제를 “잘 협의해서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계기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