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북한은 '삼지연'이라는 이름의 태블릿PC, 그러니까 판형 컴퓨터를 판매하고 있지요. 최근 평양을 방문한 독일인 기자가 이 '삼지연'을 구입했습니다. 서울까지 들고가서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었다는데요. 이 독일인 기자가 '삼지연'에 푹 빠지게 된 사연을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는 소렌 키텔(Sören Kittel) 씨는 지난 7월 중순 북한을 관광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3대 세습의 나라. 식량난과 인권침해, 그리고 핵무기 같은 부정적 내용으로만 언론에 등장하는 나라. 그런 북한을 6일간 둘러보게 된 겁니다.
키텔 씨는 북한에서 평양과 개성, 그리고 판문점 등 다양한 곳을 둘러봤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평양의 어느 상점에서 판형 컴퓨터 ‘삼지연’을 구매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북한이 만든 7인치 태블릿PC, ‘삼지연’. 키텔 씨는 그 첫인상이 나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소렌 키텔(Sören Kittel): 무거워 보였는데 가벼웠어요. 겉모양만 봐선 잘 만든 것 같지 않은데, 들여다 보면 괜찮아요. 서구 사회에서 판매될 정도의 수준입니다. 이 정도를 기대하진 않았거든요.
키텔 씨는 ‘삼지연’을 “북한식 iPad”라고 설명합니다. iPad는 미국의 ‘애플’이라는 회사가 판매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태블릿PC입니다.
‘삼지연’은 기능 면에서는 iPad와 유사합니다. 그런데 첫화면이 인상적입니다. 북한이 위성을 쏜다며 지난해 12월 발사한 은하3호 로켓의 사진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미국의 iPad 등에 설치하는 전자오락인 ‘앵그리 버드(Angry Birds)’도 ‘삼지연’에 깔려 있습니다. 이름만 ‘고무총 쏘기’로 바뀌어 있습니다.
키텔 씨는 이 모든 게 이국적(exotic)으로 보였다고 말합니다.
소렌 키텔(Sören Kittel): 이걸 켰을 때, 로켓이 제일 먼저 보입니다. 이게 좀 우습더라고요. 왜 다른 걸 다 제쳐놓고 이 로켓을 바탕화면에 배치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내부를 살펴보니, 앵그리 버드가 있더라고요. 북한 테블랫에 왜 미국 게임이 있는지, 이것도 사람들이 궁금해 하더군요.
키텔 씨는 미국의 애플사가 만든 iPad도 이미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왜 ‘삼지연’을 또 샀을까.
소렌 키텔(Sören Kittel): 제가 이걸 샀을 때, 이걸로 할 수 있는 게 뭔지 몰랐어요. 그냥 기념품으로 샀던 거죠. 북한 다녀왔다고 하면 사람들이 "어떻더냐"고 물어보잖아요. 그때 이걸 보여주면 "북한식 아이패드를 샀구나"라면서 신기해하거든요. 저는 이걸 실제로 사용하려고 샀다기 보다는, 솔직히 말하면, 북한에서 좀 특별한 물건을 하나 갖고왔다는 걸 자랑하려고 산 거죠.
키텔 씨는 ‘삼지연’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활용도가 더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키텔 씨는 평양의 어느 상가에서 ‘삼지연’을 구입했는지는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결재는 중국 인민폐로 했으며, 당시 환율로 계산해 보니 “120유로 정도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여러 종류”의 ‘삼지연’ 중에서 가장 싼 걸 구입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키텔 씨는 현재 휴가차 서울에 머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