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생전에 태권도의 단합을 간절히 원했던 최홍희 전 국제태권도연맹 총재의 육성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됐습니다. 이 동영상에는 태권도를 체제 선전에 이용하려는 북한과 최 총재가 불편한 관계였음을 보여줍니다.
최민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2002년 세상을 떠난 국제태권도연맹 전 총재 최홍희. 그의 생전 목표는 둘로 갈라진 태권도의 단합이었습니다.
얼마 전 세계적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Youtube)에는 "태권도는 이제 자기의 순수함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 최홍희 전 총재의 육성이 공개됐습니다.
약 7분 분량으로 제작된 이 동영상의 제목은 "국제태권도연맹, 우리는 조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ITF, We should come back home)"입니다.
이 동영상에서 최 전 총재는 자신이 이끌던 국제태권도연맹(ITF)과 남한에 기반을 둔 세계태권도연맹(WTF)의 통합을 소망했습니다.
"같이 해야 만이 된다. 내가 올림픽 위원회에 주장한 것은 합쳐 들어가야 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북 사람들이 방해를 좀 한 것 같아요"
동영상에는 태권도를 순수한 민족의 무술로 간주했던 최 전 총재와 태권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북한 간에 불편한 관계가 있었음을 시사해주고 있습니다.
1966년 최홍희에 의해 창립된 국제태권도연맹.
그 후 최 전 총재는 박정희 대통령과 불화로 1972년 캐나다로 망명하게 됩니다.
1981년 최홍희 전 총재가 김일성을 만나면서 태권도는 북한에서도 정착되게 됩니다.
하지만, 세계태권도연맹이 세계무대에서 발전하고, 1988년 올림픽 경기대회 기본종목으로 채택되자, 태권도를 통합하려는 그의 생각은 확고해졌습니다.
최 전 총재는 태권도가 진정한 통합의 길을 길을 찾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진정한 지도자들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국의 엘리트들 특히 지식인들, 고단자들, 이런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다시 진정한 태권도를 만들어놓고 죽겠다. 앞으로 이런 촉망이 있는 사람들이 미국에 오든지, 캐나다에 오든지 해서 세미나를 해서 다시 진정한 태권도의 지위를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죽는 것이 내 꿈이다."
또 최홍희 전 총재는 태권도가 정치적인 목적에 이용되는 것도 경계해야함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죽기 전에 말하고 싶은 것은 눈을 떠야 하는데 눈도 정치문제보다는 기술문제에 눈을 떠야 한다"
북한은 캐나다로 망명한 최 전 총재를 포섭하기 위해 '민족의 영웅'으로 내세우는 등 공작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90년대에는 그의 일생일대를 다룬 다부작 예술영화 '민족과 운명'을 만들어 방영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최 전 총재가 세상을 떠나자, 국제태권도연맹 총재 자리를 장웅 북한체육계의 핵심 인사에게 넘기고 태권도를 체제 선전에 이용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오는 9월 19년 만에 제17차 태권도 세계선수권 대회를 평양에서 개최하는 것도 '김정은 치적쌓기 일환'이라고 한국 언론은 최근 보도했습니다.
태권도의 진정한 민족성을 살리겠다고 한생을 바친 최홍희 전 총재. 생전 육성이 공개되면서 그의 삶이 다시 재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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