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의 태영호 공사가 가족과 함께 남한으로 귀순했습니다. 한국행을 선택한 북한 외교관들 중 최고위급입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한의 통일부는 17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의 태영호 공사가 한국에 입국했다고 밝혔습니다. 망명을 신청한 시점과 입국 시점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 : 최근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가 부인, 자녀와 함께 대한민국에 입국하였습니다. 이들은 현재 정부의 보호하에 있으며, 유관기관은 통상적 절차에 따라서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정원이 주도하는 합동조사는 망명 경위 등을 묻게 되며, 통상적으로 경기도 시흥에 있는 탈북민 보호센터에서 이뤄집니다.
태 공사는 남한으로 망명한 북한 외교관들 중 최고위급입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 : 태 공사는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현학봉 대사에 이은 서열 2위에 해당합니다. 지금까지 탈북한 북한 외교관 중에서는 최고위급에 해당합니다.
태 공사가 밝힌 망명 이유도 설명했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 : 태 공사는 탈북 동기에 대해서 김정은 체제에 대한 어떤 염증, 그리고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그리고 자녀와 장래 문제 등이라고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정 대변인은 “북한의 핵심계층 사이에서 북한 체제가 이미 한계에 이르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함에 따라 지배계층의 내부결속이 약화되고 있지 않느냐는 판단을 해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체제의 공포정치가 고위급 탈북의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북한 외교관 출신): 여느 주재관이나 파견원의 탈북과는 좀 차이가 있죠. 외무성 국장, 부국장급의 탈북은 북한 체제에 미래가 없다는 판단을 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고요. 더 중요한 점은 이를 촉발한 원인인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고위층에 두려움을 주고, 이 두려움이 북한 체제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어지면서 탈북 행렬로 이어지고 있다는 거죠.
영국의 BBC 방송은 태 공사의 주요 업무는 영국인들에게 북한을 선전하는 일이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태 공사는 지난 10년 동안 영국에 거주했으며 올여름 임기를 마치고 북한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태 공사의 입국 경로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해당국과의 외교적 문제가 있다”는 점이 이유입니다. 태 공사와 함께 온 가족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신변 보호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정부 당국자는 “태 공사의 자녀 중 북한이나 영국 현지에 남은 사람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태영호는 북한 외무성 내에서 손꼽히는 서유럽 전문가로 알려졌습니다. 평양국제관계대학을 졸업한 후 외무성 8국에서 근무를 시작했고, 덴마크어 1호양성통역, 즉 김정일 전담통역 후보로 뽑혀 덴마크에서 유학했으며, 1993년부터 덴마크 대사관 서기관으로 일하는 등 줄곧 유럽 관련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