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제15호 태풍 '볼라벤'이 한반도를 강타했습니다. 올여름 집중호우로 막대한 피해를 본 북한이 이번 태풍으로 또다시 어려움에 부닥치지 않을까 북한을 떠나온 탈북자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태풍이 간다고 하니까 북한이 또 쑥대밭이 될까 걱정입니다.”
28일 오전 태풍 ‘볼라벤’이 서해를 지나 계속 북상하면서 북한땅을 관통할 것이란 한국 기상청의 예보가 나오자 탈북자 박미경(가명) 씨가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걱정하며 한 말입니다.
평안북도가 고향인 박 씨는 “이번 태풍으로 북한이 또다시 어려움에 처할 것 같다”며“특히 수확을 앞둔 벼가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얼마 전 가족 소식을 전해 들은 박 씨는 “올여름 큰물 피해로 곡창지대인 평양북도가 큰 피해를 봤다”면서 “이번에 태풍이 휩쓸고 갔다면 올 농사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박 씨는 “부모님께서 평생 농사일만 해왔다”며 “최근 잇따른 수해로 어느 해보다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또 다른 탈북자 김철(가명) 씨도 “수해 복구가 한창 진행 중인 북한이 이번 태풍으로 의욕을 잃을까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씨는 “한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가 북한을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밖에도 북한 내부 소식에 밝은 탈북자 최상호(가명) 씨는 28일 오전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폭우로 수해를 당한 북한 주민들이 태풍 ‘볼라벤’이 북상한다는 얘기를 듣고 전전긍긍했다”고 전했습니다.
침수된 주택의 복구작업도 끝나지 않았는데 초대형 태풍이 북상한다는 소식에 주민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에 북한 당국은 27일부터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해 피해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최 씨는 전했습니다.
태풍의 중심이 한반도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강풍을 동반한 비가 내리고 있어 농작물과 시설물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지난 호우에 많은 농작물이 피해를 본 만큼 태풍이 지나간 뒤 더욱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