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당국자 회담 제의한 배경 Q/A]

북한이 금강산/개성 관광을 재개하기 위한 남북한 당국자 회담을 열고 싶다는 뜻을 나타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런 제의는 북한이 심각한 외화난을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고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을 앞두고 남쪽에 유화책을 내놓기 위해서 나왔다고 보입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 북한이 남쪽에 금강산/개성 관광을 재개하기 위한 남북 당국자 간의 회담을 열고 싶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먼저 그 제의 내용부터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기자

: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은 18일 금강산에서 현정은 남한 현대그룹 회장을 만나 한국 정부와 금강산/개성 관광을 재개하는 조건을 논의하겠으며 이것을 공식적인 제안으로 봐도 좋다며 한국 당국에 이런 뜻을 전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작년 7월 금강산에서 발생한 한국 관광객의 피살과 관련해 사건의 진상 규명, 재발방지책 마련, 관광객 신변 안전의 보장 등 3개항을 재개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남한의 현장 방문까지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런 제안은 한국 정부의 관심을 끌 만한 요소가 있습니다.

앵커

: 북한이 강온 양면 전술을 구사하는 가운데 유화책으로 이런 제의를 내놓은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이나요?

기자

: 우선 확실한 이유는 외화난의 타개 때문입니다. 북한은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유엔의 제재를 받는 중입니다. 따라서 상당히 심각한 외화난을 겪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금강산/개성 관광의 재개를 내심으론 간절히 바랍니다. 관람료는 현금으로 북한 당국자의 손에 바로 들어가기 때문에 금강산/개성 관광은 ‘달러 상자’라고 합니다. 또 북한은 미국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북한 방문을 앞두고 남북 관계의 진전을 위해서도 노력했다는 사례로 이를 거론하고 싶어 이같이 제안했다고 보입니다.

앵커

: 외화난의 타개와 남북 관계의 진전이라는 이유 외에 다른 이유는 없습니까?

기자

: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올해 8월 한국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관광 재개를 합의한 점도 있습니다. 대북 소식통의 말을 들어보면 북한 측은 김 위원장의 이런 합의를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북한은 그러다 보니 금강산/개성 관광을 재개하기 위한 간절한 의사를 이같이 나타내고 있는 중입니다. 또 북한 당국자들은 관광 회담을 개최해 남북한 간의 유화적인 분위기를 만든 다음 남한의 남북협력기금을 쓰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보입니다. 한국 국민의 세금인 이 돈은 현재 남북 관계가 좋지 않아 잘 집행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앵커

: 북한은 금강산에서 한국 관광객이 북한 초병의 총격을 받고서 사망한 현장을 방문하도록 남한 측에 허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특유의 자존심을 접고 절대불가라는 기존 입장을 뒤집었는데 이 정도로 금강산/개성 관광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나요?

기자

: 북한은 작년 8월 3일 금강산 지구 군부대 대변인의 명의로 남한의 방문 조사를 허용치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남북한 당국자 회담에서 현장 방문을 협의하겠다는 이야기는 이 입장을 뒤집으면서도 회담을 하겠다는 뜻입니다. 이는 북한이 금강산/개성 관광의 재개에 대한 희망을 강하게 갖고 있으며 그만큼 외화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입니다. 피격 사건이 일어났던 직후에 북한이 보였던 그 뻣뻣한 행태를 생각하면 이는 180도의 방향 전환입니다.

앵커

: 그런데 북한은 8월에 이어 11월에도 한국의 현대그룹으로 금강산/개성 관광을 재개하고 싶다는 뜻을 알렸습니다. 북한이 이같이 ‘민간 통로’를 이용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 북한이 보수적인 색채의 이명박 정부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김대중 전 한국 대통령의 장례식에 조문단을 파견하면서 김대중평화센터를 이용한 선례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당국자 회담을 공식적으로 먼저 제안하지 않으면 한국 정부가 내세우는 관광 재개의3개 조건을 논의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공식 회담을 제안하면 관람료를 미국 달러가 아닌 현물로도 받는 방안을 논의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논의는 북한에 부담스런 부분입니다. 또 한국 정부가 북핵 문제와 남북 관계를 연계하는 상황에서 정식으로 당국자 간의 회담을 제의했다가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안게될 부담까지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앵커

: 한국 정부는 금강산/개성 관광의 재개를 위한 북한의 회담 제의에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기자

: 한마디로 불쾌하다는 반응입니다. 통일부 천해성 대변인은 23일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지금 가동되는 당국 간 회담 통로로 얼마든지 회담 제의를 할 수 있다”면서 “현대그룹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사이에서 협의된 내용을 공식적인 회담의 제의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당국 간의 통로로 온 제안만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입니다. 북한의 간접 제안은 낚시에 걸리면 된다는 식의 행태입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나름의 원칙을 견지하며 북한이 이전처럼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어물쩍 행동하도록 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 북한이 현대그룹 사업자인 현대아산을 통해 금강산/개성 관광을 재개하겠다고 이전에도 남한 측에 타진하거나 재촉한 사례로는 무엇이 있습니까?

기자

: 앞서 잠시 말씀을 드린 대로 김정일 위원장이 8월에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김 위원장과 현 회장 간 합의에 반응을 보이지 않자 북한은 9월 4일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명의로 개성관광 재개를 위한 협의를 하자고 현대에 실무 접촉을 제의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한국 정부가 이렇다하게 반응을 보이지 않아 이 제의도 효력을 나타내지 못했습니다. 북측 당국자는 10월 20일에는 현대아산 관계자를 만나 “남측이 제의하면 개성관광의 재개를 위한 당국 간의 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25일 나온 조선아시아태평양 평화위원회의 불만도 남쪽에 회담 수락을 재촉하는 행태로 분석됩니다.


앵커

: 한국 정부는 금강산/개성 관광의 재개에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으로 보이나요?

기자

: 미국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결과를 일단 보고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방북 결과를 보면 북한 비핵화를 비롯해 여러 현안의 향방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국 정부는 달러를 북한에 주는 사업인, 금강산/개성 관광을 재개하는 문제를, 유엔의 대북 제재가 발효 중인 가운데 북한과 논의하기에는 좀 부담스런 부분도 있습니다.

앵커

: 네, 지금까지 북한이 당국자 회담을 간접적으로 제의한 배경에 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