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언론인 “북 내부 취재 제약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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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외국인으로서 북한 내부에서 기자 생활을 하는 데 상당한 제약이 따랐다고 평양에서 다년간 기자생활을 한 러시아 언론인이 말했습니다.

정보라 기자가 전합니다.

러시아 정보통신사 이타르타스(ITAR-TASS)의 전신인 타스(TASS)의 기자로 평양에서 5년 간 일한 이반 자하르첸코씨는 “북한 내부에서 기자들은 북한 정권이 심어주는 고정관념의 인질이나 다름없다”고 말했습니다.

자하르첸코씨는 26일 뉴욕의 민간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미디어의 인식과 한반도’를 주제로 한 강연회에서 “북한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백지 상태에서 정부 관리자가 시키는 대로만 보고, 따를 뿐이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1980년대 북한을 처음 방문했을 때 북한 외무성 관리가 사진을 절대로 찍어서는 안 된다고 단속하고 북한에서는 여자들이 바지를 입지 않는다는 등 여러 가지 설명을 했는데, 막상 현실세계에서는 바지를 입은 여자들이 보였고 카메라를 꺼내도 금하는 이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AP통신이 서방 언론사 중 최초로 평양에 종합지국을 열었고, 프랑스의 AFP 통신도 곧 평양에 사무소를 열 계획인 가운데 이들 언론사가 전하는 북한 내부 소식이 얼마나 정확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자하르첸코씨는 정확한 답변 대신 “외국 언론사가 북한 내부 소식을 전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고 답했습니다.

이반 자하르첸코: 제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북한 내부에서 기자 생활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기사를 정권이 면밀히 읽고 검토하기 때문이지요. 기자들이 정확하게 보도한 내용이 한국이나 다른 나라 등 북한의 '적국'에 의해 이용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정권은 말합니다. 결국 기자는 '적국'을 도운 혐의를 받게 되는 거지요.

자하르첸코씨에 따르면 북한 정권이 서방 언론사의 평양 지국 개설 및 방문을 환영하는 이유는 자국이 지극히 정상적인 나라임을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김일성, 김정일 정권 때 북한을 방문한 그는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 지금 예전과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반 자하르첸코: 정권이 바뀌어도 북한은 그대로입니다. 김일성 때나 김정은 때나 그들은 같은 팀인 셈이지요. 문제는 한국과 미국이 북한을 대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이어서 그는 외부세계가 북한을 고립시킬수록 변화를 기대하기는 더 어려워진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