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북, 10만세대 지원금 징수

김정은 치적 쌓기용으로 북한이 야심차게 벌여놓은 10만 세대 주택공사가 자금부족으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개인들의 주머니를 털어 짓는다는 비난도 나오는데요,

최민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요즘 북한 텔레비전에서 매일같이 10만 세대 공사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북한중앙TV보도>

내년 4월까지 완공을 목표로 하는 만수대지구에도 수만 명의 군인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규모 인력에 대한 국가의 공급이 따라서지 못해 개인들로부터 각종 지원금을 모으고 있다고 현지 주민들이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해왔습니다.

평양 주민 김성화(가명, 40대)씨는 "요즘 눈만 뜨면 인민반장들이 문을 두드리며 10만 세대 지원물자를 내라고 한다"면서 "지금처럼 국가공급도 없는데 자꾸 돈만 걷어가니 정말 살기 힘들다"고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가정부인들을 상대로 "오늘은 수건과 장갑을 모은다고 돈을 걷고, 내일은 군대들에게 빵과 국수를 해 먹인다고 또 걷는다"는 게 김씨의 설명입니다.

텔레비전에서 10만 세대 공사가 힘있게 추진된다고 선전하는 데, 사실 그 이면에는 평양시민들의 말 못할 사연이 깃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10만 세대 지원금을 각 기관, 인민반, 심지어 학생들에게도 부과시켰습니다.

직장에 다니는 김씨의 남편의 경우, "매 사람이 삽과 맞들이(두 사람이 함께 드는 들것)를 바쳐야 한다"면서 돈을 가져갔고, 13살 난 고등중학교에 다니는 아들도 "노동보호 물자를 바쳐야 한다면서 또 돈을 가져갔다"는 것입니다.

아파트에 사는 김씨의 가정에 삽이나 장갑이 있을 리 만무합니다.

그래서 이 같은 현물이 없으면 돈으로 바쳐야 하는 게 요즘 북한의 현실입니다.

김씨의 가정에서 각종 지원금 명목으로 바치는 돈만 해도 매달 1만원은 훌쩍 넘습니다.

10만 세대 지구가 아닌 다른 곳에 사는 평양 주민들은 "큰 공사를 국가가 부담해야지 어떻게 개인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짓겠는가?"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평안북도 국경지방의 한 주민은 "각 도별로 10만 세대 공사를 맡겨주어, 도마다 돌격대가 조직되어 평양에 나갔다"면서 "그 돌격대에 대한 후방사업도 각 도별로 맡겨주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북한이 강성대국을 건설하겠다고 시작한 10만 세대 공사를 주민들에게 떠맡겼다는 지적입니다.

북한은 얼마 전 자금부족으로 10만 세대 공사를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5분에 1로 크게 줄였습니다.

한 대북 전문가는 "충분한 타산이 없이 북한이 10만 세대 공사를 벌여놓았다가 감당하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면서 "내부 결속을 꾀하려다 오히려 주민들의 불만만 증대시킨 격이 됐다"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