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개성공단 세금 부과 수용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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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개성공업지구에 입주한 기업들에 세금을 더 부과하고 퇴직금까지 요구하고 나섰는데요. 입주 기업들은 남북 간의 합의에 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내린 조치인 만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측은 지난 8월 세금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하면서 남측 기업들이 회계를 조작하면 조작액의 200배에 가까운 벌금을 물리겠다는 방침을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북측의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입주기업 가운데 8개 회사가 얼마 전 북측 세무당국으로부터 총 16만 달러의 과세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부분의 입주 기업들은 “남북 간 투자보장합의서에 어긋나는 조치”라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입주 기업들은 남측 당국에 대책을 호소하는 건의문을 전달하는 등 정부가 나서 해결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관계자: 기업들은 수용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북측은 규칙 해석권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하고, 입주 기업들은 계속 부당하다는 거고요.

북한 경제 전문가들 역시 “시행세칙 개정 시 남측과 협의하도록 한 개성공업지구법을 북측이 위반한 것”이라면서 북측의 과세 통보를 비난했습니다.

북측 당국은 세금을 내지 않거나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물품 반출입이나 공업지구 출입을 제한한다는 방침도 세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최근에 북측 근무자가 자진해서 일을 그만두는 경우에도 퇴직금을 지급해 주라고 요구했습니다. 개성공업지구 현행 규정에는 회사 사정으로 1년 이상 일한 근로자가 회사를 그만둘 때만 퇴직금을 지급하게 돼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측면보다는 정치적 측면에서 사태의 원인을 찾고 있습니다. 북측의 이 같은 세금폭탄과 간섭을 보면 북측이 개성공업지구를 유지할 뜻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조항원 남북경협시민연대 대표 : 북한이 남쪽의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게 아닐까요. 북한이 주장한 대로 200배로 세금을 물리면 입주 기업들 모두 파산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북한이 현실적으로 그렇게 할 건가. 정치적인 측면이 깔려 있기 때문에 저는 북한이 그렇게까지 몰고 가지 않을 거라 봅니다.

출범 8년째를 맞고 있는 개성공업지구. 북측은 5만 명이 넘는 노동자를 개성공업지구에 파견해 상당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지금까지 개성공업지구에서 벌어들인 돈만 약 2억 6천만 달러로, 이 가운데 근로자 월급이 2억 4천만 달러로 가장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