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의 일부 교원들이 생활고로 교육현장을 떠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2년제 의무교육이 실시되어 교원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도 교원이탈이 이어지자, 교육계에 비상이 걸렸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생계 때문에 교단을 떠나는 북한 교원들이 적지 않아 교육당국이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남포시의 한 소식통은 "올해부터 12년제 의무교육 제도가 실행되면서 교원숫자가 부족한데 사직서를 내는 선생들이 많아 학교마다 야단"이라고 1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교육부문에 종사한다는 이 소식통은 "특히 물리, 수학, 화학 등 자연과목 선생들이 빠지면 학교 전체가 흔들린다"면서 "이들 중에는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그만두는 사례가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시 교육당국이 교원들에 대한 대우를 높여주라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 교원들에게 한 달 식량배급 가운데 보름치밖에 공급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그는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일부 교원들은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비법행위를 저지르다 단속되는 사례도 늘고 있는데, 예를 들어 30대의 한 남성교원은 밤에 남의 감자 밭에 뛰어들었다가 붙잡힌 사건이 있었고, 또 다른 농촌 리의 교원은 뙈기밭을 일구러 산에 올라가 불을 놓다가 단속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미 교단을 떠난 교원들이 장사를 해서 큰돈을 벌었다는 솔깃한 얘기가 학교에 남아 있는 선생들에게 흘러들면서 교원들 속에서는 '미래가 없는 학교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하는가?'는 불만이 생겨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는 겁니다.
또 일부 교원들은 수입이 괜찮은 사교육 현장으로 빠지면서 당국의 질책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평양시의 한 대학생은 "이름은 정확히 밝힐 순 없지만, 40대의 한 고급중학교 물리교원은 다과목소조 지도교원으로 구역적으로 명망이 높았는데, 사직서를 내고 개별과외를 시키고 돈을 벌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현재 잘사는 집 애들을 방과 후에 가르치면 한 달에 30달러는 수월히 번다"면서 "이렇게 몇 명만 잡으면 한 달에 100달러를 쉽게 벌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교원들이 잇따라 교단을 떠나려고 하자, 시 교육당국은 "당의 배려로 대학까지 다니고 그만두면 양심이 없다"는 식으로 몰아세우고 있지만, 생활조건이 보장되지 않는 한 교원 이탈을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또한 북한의 일부 교원들은 모자라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식량과 기름, 담배 등을 노골적으로 요구해 신성한 학교가 뇌물로 얼룩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교원들에게 '직업적 혁명가'라는 명예를 부여하고 후대양성에 양심과 정열을 쏟으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열악한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한 교원이탈은 막을 수 없는 현실로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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