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대학생들의 뜻 깊은 ‘스승의 날’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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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지난 15일 서울에서는 ‘스승의 날’을 맞아 한국에 정착한 탈북 대학생들은 그들에게 인생의 길잡이 역할을 자처한 전직 대사들께 감사와 사랑을 전하는 만남을 가졌습니다. 3년 전 조원일 전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가 몇 몇 탈북 대학생의 한국 정착을 돕기 위해 시작한 ‘사제관계’ 이른바 ‘멘토와 멘티’ 프로그램의 행사 중 하나입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지난 15일 저녁 6시 반 서울 서초구의 ‘한국외교협회’에서는 ‘스승의 날’을 맞아 탈북 대학생 20여 명과 그들에게 한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이끌어주는 스승, 이른바 ‘멘토’가 되어 준 전직 대사들이 만나 식사를 같이 하고 조언도 듣는 뜻깊은 시간이 마련됐습니다.

조원일 전 베트남 주재 한국 대사는 3년 전 몇 몇 탈북 대학생들이 한국에 잘 정착하도록 경험과 지식을 나누기 위해 인생의 ‘스승과 제자’ 이른바 ‘멘토와 멘티’ 관계를 맺었습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학생들이 서로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습니다.

조 전 대사: 북한에서 고난과 박해, 모진 시련을 겪은 사람들이라 서로 경계하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서로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고 선뜻 다가가지도 못하고 그런 모습이 눈에 띄어서 이런 딱한 사정을 해소하고 서로 위로하고 돕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기 위해 20여 명의 학생을 모아 이러한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조금씩 도와줬는데 3년 가까이 지나면서 모두가 활기있고 의심하지 않고 가까이 느끼면서 화기애애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오늘 아주 크게 발전했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조 전 대사는 1997년부터 2000년까지 베트남 대사를 지내면서 베트남에 입국한 수 십명의 탈북자를 무사히 한국에 보냈고, 지난해 말에는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정책에 반대하는 100여 명의 전직 대사들의 서명을 받아 중국 측에 전달하는 등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에 앞장서 온 인물입니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남북한 학생들의 모임인 나우(Now, Action and Unity for Human Rights)의 지성호 대표를 비롯해 20여 명의 대학생을 지원하기 시작한 조 전 대사와 2명의 전직 대사는 멘토가 되어 탈북 대학생을 도우려 했지만 처음에는 그들이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들의 정신적 지주가 된 전직 대사들의 수가 수 십 명이 되었고 탈북 대학생들은 이 든든한 후원자들에게 마음을 터놓고 도움도 청하게 됐습니다.

탈북 대학생: ‘기회의 땅’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런데 저희가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가) 2만 명이 넘었는데도 공무원이 되거나 할 수 있는 정책이 미비하고요.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해서 왔는데 그런 기회가 좀 주어지지 않는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앞으로 저희가 평등하게 공무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많이 나올 수 있게 됐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램이고요.

탈북 여학생: 외교 분야로 저도 관심이 많아서 그 쪽으로 많이 여쭤보고, 전화도 자주 주시고,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시고 가슴 아픈 얘기하면 같이 걱정해 주시고 그러시거든요. 저희가 이 사회에 정착해서 잘 살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시는거잖아요. 부모같은 마음으로 저희를 정말 이렇게 생각해 주신다는 게 쉽지 않은 데 이렇게 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이에 대해 조 전 베트남 주재 대사는 수 십년 공직 생활에서 얻은 인맥이나 언론매체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지원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조 전 대사와 소수의 동국대학교 탈북 대학생으로 시작된 이 ‘멘토와 멘티’ 프로그램은 이제 10여 개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수 십 명의 탈북 대학생이 가입한 공식 모임이 되었습니다. 한국외교협회는 지난해 4월부터 탈북 대학생들의 한국 정착을 돕기 위한 이 모임을 지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