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2만 명의 소년단원들을 평양에 불러놓고 사상 최대 규모의 소년단행사를 벌이는 등 '10대 동심 잡기'에 나섰습니다.
집단주의보다는 개인주의에 빨리 눈을 뜬 이른바 '고난의 행군'세대를 잡기 위한 의도로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전국적으로 조선소년단 창립 66돌 경축행사에 참가할 대표자 추천사업이 역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면서 이번 대회가 열리게 된 공적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게 돌렸습니다.
특히 대표자 추천도 "평범한 노동자와 농민의 자녀를 위주로 이뤄졌다"며 과거의 대표자 선출방식과 다른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도 '10대 동심 잡기'에 본격 나섰습니다.
5월 31일자 노동신문은 김정은 1비서가 평양 만수대 지구에 새로 건설된 창전 소학교, 경상탁아소와 경상 유치원을 참관하고 아이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김정은 체제의 결속을 위해 10대 소년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행보라고 풀이했습니다.
미국 동부에 정착한 한 탈북 여성의 말입니다.
"자기네 태어난 탄생일에 선물을 주고 무료로 공부를 시킨다, 애들한테 어려서부터 세뇌교육을 시키지 않아요. 이런 10대 어린이들에게 오직 그런 교육을 줘야만 앞으로 성장해서도 오직 수령을 위해서 당을 위해서 일할 수 있게 세뇌교육을 시키기 위해서…"
현재 초청된 소년단 대표자들은 10~14살 나는 학생들로 199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이른바 고난의 행군 세대입니다.
이 탈북 여성은 "지금 10대의 학생들은 김일성 사망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로 수령(김일성)에 대한 기억도 없고, 지도자(김정일)의 사랑도 모르고 자랐다"고 말했습니다.
태어나서부터 장마당에서 돈을 버는 부모를 보아왔고, 사회주의 시책보다는 자본주의 방식에 익숙해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보다는 개인의 삶을 중요시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은 고난의 행군 세대를 '혁명의 4세대'로 규정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혁명사상 교양과 계급교양을 강화해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해왔습니다.
특히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불어 닥친 경제위기 속에서 새 세대의 세계관이 바뀌었기 때문에 자칫 김정은 체제의 존망을 좌우하는 세대로 대두됐다는 분석입니다.
한국의 동국대학교 김용현 교수는 김정은 체제의 결속을 위한 일환으로 북한이 10대의 소년들을 위한 정치행사를 크게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주민들에게 김일성에 대한 향수, 김정은의 인민에 대한 사랑, 어린이 사랑 이런 것들을 과시하는 차원에서 대규모 행사를 개최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번 대회에서 북한은 충성심을 고양할 목적 하에 '김일성 소년영예상', '김정일 소년영예상' 등 각종 칭호를 무더기로 수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에 정착한 한 탈북자는 "김일성 소년영예상을 수상한 학생은 장래가 보장되기 때문에 부모들이 이를 쟁취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할 것"이라며 "힘(돈)이나 권세에 따라 아이들 속에서 빈부의 명암이 갈린다"고 말했습니다.
또 "지방의 노동자 농민의 자녀들과 평양의 부유층 자녀들이 함께 어울리지 못해 상대적인 박탈감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