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RFA 10대 뉴스 ⑥] 외국공항서 이복형 김정남 암살한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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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17,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2017년 한 해 동안 화제가 됐던 북한 관련 뉴스 10개를 선정해 총정리하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이 시간 진행을 맡은 양윤정입니다. 오늘은 제6편 ‘외국공항서 이복형 김정남 암살한 김정은’을 주제로 양성원 기자와 함께 합니다. 양 기자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의 주제부터 알아볼까요.

앵커) 지금 들으신 것 처럼 올해 2월이었죠. 백주 대낮에 말레이시아 국제공항에서, 그것도 화학무기인 VX신경작용제를 사용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독살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양성원 기자, 청취자들의 기억을 돕기 위해 일단 사건의 개요부터 간단히 설명해주시요.

기자) 네, 올해 2월 13일 사람들로 붐비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 국제공항에서 북한 국가보위성과 외무성 소속 요원들이 베트남(윁남)과 인도네시아 출신 여성2명을 고용해 마카오로 출국하려던 김정남의 얼굴에 유엔이 금지한 화학무기인 맹독성 VX신경작용제를 발라 그를 독살한 사건이라고 간단히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북한 요원들은 그 후 모두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했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출신 여성 2명만 현재 말레이시아 당국에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이번 사건의 배후가 북한 당국이라는 것은 확실한 것인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달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 암살에 관여한 남성 용의자들이 전원 북한인이라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북한 당국은 김정남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며 정권 차원에서 그를 살해할 이유가 없다고 강변했었는데요. 그런 북한의 주장이 거짓이란 점이 결국 명백히 밝혀진 것입니다.

앵커) 구체적으로 북한 범인들은 어떤 사람들인지요?

기자)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은 김정남 암살을 현장에서 지휘한 동양인 남성이 57세의 북한 국적자 리재남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국적의 25살 여성 시티 아이샤와 베트남 국적 여성 29세 도안 티 흐엉의 손에 VX 신경작용제를 직접 발라주고 김정남을 공격하게 한 북한 남성들은 34세 홍송학과 33세 리지현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들이 김정남을 공격하는 사이 공항내 호텔에서 퇴실 절차를 밟은 인물은 54세 북한 남성 오종길로 드러났습니다. 앞서 한국 국가정보원은 리재남과 오종길은 북한 보위성 소속이고, 리지현과 홍송학은 북한 외무성 소속으로 2인 1조로 시티 아이샤와 도안 티 흐엉을 포섭해 훈련한 뒤 김정남 암살에 투입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이철우 한국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의 말입니다.

이철우 위원장: 북한 관련자 중에 4명이 보위성 출신이고, 실제로 행동에 옮긴 젊은 두 사람은 외무성 출신입니다. 그래서 국가보위성과 외무성이 직접 주도한 테러사건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주도한 테러사건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앵커) 김정남 암살에 가담한 여성 2명은 어떻게 검거됐고 현재 어떤 상황입니까?

기자)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은 김정남 암살 이틀 뒤인 2월 15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으로 돌아와 베트남행 여객기를 타려다가 붙잡혔고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는 같은 달 16일 쿠알라룸푸르 외곽의 한 호텔에서 체포됐습니다. 이들은 지난 10월 시작돼 계속되고 있는 재판에서 자신들은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 요원들의 거짓말에 속았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시티 아이샤의 변호사는 재판 과정에서 "아이샤는 김정남 얼굴에 바른 물질이 독극물이란 걸 몰랐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아이샤는 자신을 TV 리얼리티 쇼 제작자로 소개한 홍송학에게 포섭돼 공공 장소에서 낯선 사람의 얼굴에 오일이나 핫소스 즉 매운양념 등을 바르는 연습을 했다"며 "범행 당일 공항에서도 홍송학이 김정남을 지목하며 아이샤의 손에 VX 신경 작용제를 발라줬다"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자, 이제 대강 사건의 개요는 이해를 했는데요. 그렇다면 과연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이복형인 김정남을 왜 독극물로 암살한 것인지요?

기자) 북한 문제에 정통한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김정남 암살은 정통성 없이 정권을 이어받은 김정은이 가지고 있는 불안감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강 전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5년 전부터 김정남 암살을 시도해 중국 당국의 경고를 받았다고도 소개했는데요. 직접 그의 설명을 한번 들어보시죠.

강인덕 전 장관: 문제는 김정은이라는 후계자가 아비의 왕관을 이어받을 아무런 자격도 없이 독재자의 지위에 올라 앉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항상 자신의 지위가 위태롭다는 불안감에 쌓이게 되고, 그런 김정은으로서는 비록 외국에서 떠돌고 있는 낭인 신세인 김정남 까지도 자기 자리를 넘보는 정적으로 규정하고 그를 제거하고자 마음 먹고 이번에 독극물 암살범행을 자행한 것입니다.

앵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혹시 북한 정권이 교체될 경우 ‘김정남’ 이란 자신의 대안을 없애기 위해 김정남 암살을 지시했다는 분석도 있었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제관계국장은 중국이나 미국 등이 김정은 위원장을 대체할 인물로 김정남을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란 점과 함께 아예 그 가능성을 원천 제거하기 위해 그를 암살했다는 분석을 내놨는데요. 직접 그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고스 국장: 기본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말하고 싶은 것은 ‘나를 대체할 꼭두각시는 없으며 거래할(deal with) 상대는 오직 나뿐’이라는 것일 수 있습니다.

고스 국장은 이러한 김 위원장의 생각은 국제사회 뿐 아니라 북한 내 주민을 향한 의사 표현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당시 미국과 중국이 합의해 김정은 위원장보다 개혁적인 김정남을 북한의 지도자로 세우려 한다는 소문도 있었다면서 이런 상황에 김정은 위원장이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PROMO CLIP) 여러분께서는 미국 워싱턴에서 전해드리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연말 특집방송, 2017 RFA 10대 뉴스를 듣고 계십니다.

앵커) 양성원 기자, 백주 대낮에 국가기관 주도로, 민간인들이 많이 모여있는 국제공항에서, 그것도 화학무기를 사용해 김정남을 암살한 북한 김정은 정권을 국제사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사건 발생 장소였던 말레이시아는 북한과 관계가 당연히 나빠졌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김정남 암살 사건을 계기로 올해 초 북한과 단교 직전까지 갔던 말레이시아는 현재 북한과의 국교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말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말레이시아는 북한 외교관을 돌려 보내는 등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를 전적으로 준수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왔고, 현재 북한과의 외교·정치·경제관계 등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평양의 주북 말레이시아 대사관을 폐쇄하고 중국 주재 대사관에 관련 업무를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앵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당국도 이번 사건에 자국민이 연루돼 무척 곤혹스러울 것 같은데요. 이들은 북한과의 관계에 별 문제가 없나요?

기자) 북한과 전통적 우호관계에 있던 베트남 정부는 지난 2월 이 사건 이후 자국에 거주하는 북한 국적자 중 외교관을 제외한 사람들의 비자 연장을 거부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베트남엔 북한의 외화벌이용 식당이 여러 곳 있고, 특히 호치민엔 북한의 정보기술 관련 기업도 입주해 있는데요. 비자 연장이 거부되면서 북한이 캄보디아(캄보쟈)나 라오스 등으로 베트남 내 기업들을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런 가운데 결국 지난 11월 미국은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했는데요. 여기에는 북한 당국 주도의 김정남 암살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항에서 맹독성 물질을 버젓이 사용한 데다, 북한 당국의 조직적인 개입 사실까지 드러났기 때문에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당연한 결과라는 평가입니다. 미국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김정남 암살 사건이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틸러슨 국무장관: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자국 밖에서 그것도 금지된 화학 무기를 이용한 암살을 포함한 행위의 결과입니다.

한국 정부도 당시 김정남 암살을 북한의 테러 행위로 분명히 규정했습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노규덕 대변인: 우리 정부는 북한의 김정남 암살은 분명한 테러 행위라고 봅니다.

앵커) 미국 의회나 미국 전문가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미국의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당시 즉각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크게 환영했습니다. 로이스 위원장은 "김정은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해 이복형인 김정남을 무참히 암살했다”고 비난하면서 이는 북한이 지속해서 보여준 테러 행위의 사례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전문가들도 미국의 이번 조치는 당연한 결과라고 입을 모았는데요. 데이비드 맥스웰 조지타운대학 안보연구센터 부소장의 말을 한번 들어보시죠.

맥스웰 부소장: 북한이 외국에서 자국 시민 김정남에 대해 대량살상무기인 화학무기로 암살을 자행한 것은 분명 테러지원국 재지정 사유가 됩니다. 더구나 외국인을 고용해 훈련까지 시켜서 VX 신경가스를 암살에 사용한 것은 분명 국가가 자행한 테러리즘에 해당하고, 따라서 당연히 재지정돼야 했다고 봅니다.

결국 북한은 김정남 암살로 미국이 정한 테러지원국으로 지난달 9년 만에 다시 지정됐는데요. 국제사회는 김정은의 야만적인 폭력성에 분노하고 단죄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Closing)

앵커) 자유아시아방송의 2017년 10대 뉴스6편 ‘외국공항서 이복형 김정남 암살한 김정은’편을 마칩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편을 보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