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2013년 북한 관련 뉴스를 정리해보는 'RFA자유아시아방송 10대뉴스', 오늘은 그 네 번 째 순서로 저는 진행을 맡은 이예진입니다. 오늘 '10대 뉴스'는 문성휘 기자와 함께합니다.
이예진: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먼저 오늘의 주제부터 좀 살펴볼까요.
문성휘: 네, 잠시 준비한 녹음자료부터 들어보시죠.
이예진: 북한의 농업개혁, 이게 어제 오늘 나온 얘기는 아닌 것 같은데요?
문성휘: 네, 간단히 설명하고 넘어가자면 북한은 김정일 시대인 2002년에도 '7월1일 경제개선조치'라는 것을 내놓고 '농업개혁'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식량가격을 농민들이 직접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정하는 등 시장의 원리에 역행하다가 김정일 시대의 '농업개혁'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이예진: 과거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정권이 또 다시 '농업개혁'을 시도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농업개혁'에 집착하는 건가요?
문성휘: 한마디로 긴박한 '식량문제' 때문입니다. 권력을 넘겨받은 김정은이 지난해 4월 15일 처음으로 인민들 앞에서 한 연설이 "다시는 우리 인민이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식량문제'가 안정되지 않는 한 권력기반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김정은 체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특히 자신이 인민생활을 향상시킨 능력 있는 지도자임을 부각하려면 북한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식량문제'를 푸는데 온힘을 다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예진: 김정은 정권이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농업개혁'을 시도했나요?
문성휘: 북한의 '새로운 농업개혁'은 지난해 6월 28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발표했다는 '새경제관리체계를 세울데 대하여'라는 노작에서 비롯됐습니다. 흔히 '6.28조치'라고 불리는 노작에서 김정은은 '새경제관리체계'를 내세우면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농업개혁'을 지적했다고 합니다.
'6.28조치'에 따라 북한이 지난해부터 시범적인 '농업개혁'을 실시했다는 내용은 올해 4월 11일, 조총련기관지 '조선신보'가 구체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조선신보'는 "지난해 본보기 농장들의 사회주의증산경쟁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내용과 함께 한 협동농장을 소개하며 "분조관리제를 철저히 집행하고 포전담당제를 합리적으로 도입함으로써 농장원들 속에서 자기가 맡은 포전에 대한 책임과 자각이 높아졌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온 '조선신보'의 보도로 지난해부터 북한이 본보기 농장을 정하고 시범적인 '농업개혁'을 받아들였음이 비교적 상세하게 확인됐습니다.
이예진: '6.28조치'에 따른 북한 '농업개혁'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조선신보'를 비롯해 북한내부를 다루는 주요 언론들에서 나온 '농업개혁'의 내용은 형식적으로 볼 때 크게 세 가지로 고찰할 수 있습니다. '분조도급제'와 '포전책임제', 그리고 '현물분배' 이렇게 나눌 수 있는데요.
'분조도급제'는 협동농장 기층단위인 분조를 기존의 20~30명에서 가족단위로 3~5씩 쪼갠 것입니다. 한마디로 가족단위로 분조를 재구성했다는 것입니다.
'포전담당제'는 3~5명으로 쪼개진 분조 안에서도 또 매 개인들에게 농지를 떼어주어 관리하게 한다는 겁니다. 가족 간에도 경쟁심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봐야죠.
마지막으로 '현물분배'인데 북한은 일부 시범적으로 '농업개혁'을 도입한 협동농장들에서 당국이 생산물의 70%, 농민들이 나머지 30%로 나누는 7:3의 원칙을 내세웠습니다.
결론부터 내리면 북한의 '농업개혁'은 개인의 책임감을 최대로 끌어 올리면서 농업생산량에 따라 분배를 차별화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농장원들을 무한경쟁에로 유도해 농업생산량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PROMO]: 여러분께서는 미국 워싱턴에서 전해드리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연말 특집방송 '2013, RFA 10대 뉴스'를 듣고 계십니다.
이예진: 그런데 북한주민들 속에서 당국이 '농업개혁'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이해해야 됩니까?
문성휘: 한마디로 북한의 일관되지 못하고 오락가락 하는 정책이 문제입니다. '농업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농민들과 약속한 7:3의 분배문제입니다. 일단 약속을 했으면 어떻게든 그대로 지켜야 하겠는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북한은 단 한번도 '현물분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 소식통들은 지난해 북한이 시범적으로 '농업개혁'을 도입한 협동농장들에 '현물분배'를 주었다가 다시 '군량미'로 빼앗아 갔다고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절대적인 식량생산량이 부족하다 나니 농민들과의 분배약속을 지키면 군량미와 간부들의 배급문제가 걸린다는 거죠.
이예진: 그런 문제가 있었군요. 지난해엔 북한의 언론에서 '현물분배'에 대한 소식을 읽을 수 있었는데 올해엔 낱알 털기를 일찍 끝냈다면서 '현물분배'와 관련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습니다. 올해의 현물분배는 어떻게 되었나요?
문성휘: 이에 대해 간단히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난해 시험적인 '농업개혁'에 고무된 북한은 올해 대부분의 협동농장들에서 '농업개혁'을 받아들이도록 했다고 합니다. 그 때문인지 올해는 예년에 비해 농사도 상당히 잘 됐다는 북한소식통들의 평가가 줄을 이었고요.
북한의 조선중앙방송도 11월 21일 유명선 내각 농업성 국장을 인용해 "11월 18일 현재 전국적으로 낟알털기(탈곡)를 100% 끝내는 성과를 이룩했다"며 "과거 12월까지 진행하던 탈곡을 올해에는 한 달 이상 앞당겨 끝냈다"고 자랑했습니다.
낟알 털기가 끝나면 당연히 농장원들에게 '현물분배'를 주는 게 순서인데 현재까지 북한은 농장원들에게 분배를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예진: 그건 또 왜 그렇습니까? '현물분배'를 주지 못할 무슨 까닭이라도 있는 건가요?
문성휘: 북한 당국은 여러 가지 구실을 붙이고 있는데 결정적인 원인은 농민들에게 '현물분배'로 줄 식량이 없다는 데 원인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군량미를 거두고 간부들의 배급까지 챙겨주다나니 농민들에게 줄 '현물분배' 식량이 모자란다는 거죠.
때문에 북한은 현재 '농업개혁'을 받아들인 협동농장 농장원들에게 출근율에 따라 노동자들과 꼭 같은 식의 '배급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결국 협동농장원들도 배급을 받는 농업노동자로 전락됐다는 건데 북한 당국이 이렇게 '현물분배'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서 농민들의 사기는 완전히 꺾였다고 합니다. 농민들이 사기를 잃으면서 내년도 농사도 그래, 전반적인 '농업개혁' 전망이 그리 밝지 못한 것이 북한 현지의 분위기라고 합니다.
이예진: 비록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아직까지 북한이 '농업개혁'을 계속 진행중이라는 얘긴데요. 이와 관련한 탈북자들이나 북한전문가들의 평가는 어떻습니까?
문성휘: 평가라고 한다면 우선 북한 무역부문 간부로 일했던 '탈북지식인연대' 박건하 사무국장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시죠.
박건하: '농업개혁'이 말처럼 그렇게 쉽겠습니까? 절대적인 식량생산량이 모자라는 북한에서 지키지도 못할 약속만 잔뜩 늘여 놓으면 결국 그러한 개혁은 빈 말잔치로 끝날 수밖에 없습니다.
박건하 사무국장뿐만 아닌 한국의 많은 대북전문가들은 북한의 '농업개혁'을 놓고 아직까지 전체적인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잉여농산물이 없는 북한에서 '농업개혁'은 빈 말잔치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예진: 알겠습니다. 문성휘 기자, 오늘 수고 많았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자유아시아방송의 2013년 10대 뉴스 제4편 '말잔치로 끝난 북한의 농업개혁'편을 마칩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초유의 유엔산하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출범'편을 보내드립니다. 여러분의 많은 청취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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