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RFA 10대 뉴스] ③ 개성공단 폐쇄에서 재가동까지

개성공단 재가동 이틀째인 지난 9월 17일 공단 내 J&J에서 근로자들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개성공단 재가동 이틀째인 지난 9월 17일 공단 내 J&J에서 근로자들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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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진: 2013,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2013년 한 해의 북한 관련 뉴스를 총정리하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오늘 진행을 맡은 이예진입니다. ‘10대 뉴스’, 오늘은 세 번째 시간입니다. 먼저 오늘의 주제를 알아봅니다.

이예진: 지난 1년간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 등 남북교류 전반을 취재해 온 노재완 기자와 함께 올 한해 남북경협을 정리해보겠습니다. 노재완 기자, 안녕하세요?

노재완: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먼저 개성공업지구부터 좀 살펴볼까요. 올해는 잠정 폐쇄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사태 다섯 달 만에 가동이 재개됐는데요. 공업지구가 중단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노재완: 개성공업지구 중단의 결정적인 계기는 3월 한미연합군사훈련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한미연합군사훈련은 해마다 해온 행사입니다. 올해도 북한은 한미군사훈련에 대해 비난하고 그랬는데요. 특히 연초 핵실험으로 악화된 남북관계가 겹치면서 다른 해와 비교했을 때 비난 수위가 높았습니다. 결국 북한은 대남 강경조치로 남한 기업인들이 개성공업지구에 들어오는 것을 금지했고, 또 얼마 후 북측 근로자들의 철수를 명령하게 됩니다.

이예진: 그리고 이후 얼마 되지 않아 남한 당국도 체류하고 있던 기업인과 정부 관계자들을 모두 귀환시켰죠?

노재완: 네, 그렇습니다. 한 달 가까이 북한이 대화마저 거부하는 상황에 이르자 한국 정부도 급기야 4월 26일 남한 근로자 전원 귀환이라는 중대 결정을 내리게 되는데요. 당시 중대 결정을 발표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말을 잠시 들어보시죠.

류길재 : 북한의 부당한 조치로 개성공단에 체류하는 우리 국민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는바, 정부는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해 잔류인원 전원을 귀환시키는 불가피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이예진: 하지만 의외로 회담을 제의한 쪽은 북한이었죠?

노재완: 네, 그렇습니다. 북한은 개성공업지구 재가동을 하자며 회담을 여러 차례 제안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남한은 회담 개최 조건으로 서울에서 당국회담을 열자고 했습니다. 그 결과 남북은 6월 12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당국 회담을 하기로 합의했지만, 회담 하루 전 북한이 회담 대표의 ‘격’을 문제로 일방적으로 결렬 통보를 해오는 바람에 회담은 결렬되고 말았습니다.

이예진: 결국 남북은 한 달 뒤 회담을 열었고, 7번의 회담 끝에 극적으로 개성공업지구 재가동에 합의를 했죠. 그 과정도 잠깐 소개해주시죠?

노재완: 네, 6월 회담 결렬 이후 남북은 한동안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한 달 만에 개성공업지구의 발전적 정상화를 목표로 실무회담에 돌입했는데요. 7월 6일 1차 실무회담을 시작으로 5차 회담까지 진행됐습니다만, 진전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7월 25일 6차 실무회담이 사실상 결렬되면서 개성공업지구는 또 한 차례 고비를 맞습니다. 그 과정에서 북측 박철수 단장이 남측 기자실에 난입해 남측 태도에 불만을 표하며 회담 결렬을 외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8월 14일 폐쇄 넉 달 만에 7차 실무회담에서 합의문이 발표되면서 개성공업지구는 재가동의 희망을 갖게 됐고, 9월 11일 개성공업지구는 중단 다섯 달 만에 재가동을 하게 됐습니다.

이예진: 개성공업지구는 가까스로 재가동이 됐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는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어떤 부분에서 개선돼야 할까요?

노재완: 재가동 된 지 석 달이 넘었지만, 입주 기업들의 상황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빠져나갔던 거래처들이 빨리 돌아와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거래처들이 여전히 개성공업지구의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중 하나가 최근에 일어난 장성택 처형 사건인데요. 비록 북한 내부 사태이지만,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다시 남한에 도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를 의식해서 인지 북한도 지난 12월 19일 선진국 20개국 모임인 G20 대표단의 공업지구 방문을 허락하기도 했는데요. 그런 점에서 볼 때는 개성공업지구가 더디지만, 정상적 발전을 위한 걸음을 계속 하고 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다행스러운 것은 공업지구 정상화의 전제가 되는 3통 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이 요즘 계속 협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3통은 공업지구를 오가는 통행, 통신, 통관 등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 부분이 해결된다면 공업지구의 국제화 진전에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PROMO: 여러분께서는 미국 워싱턴에서 전해드리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연말 특집 방송, 2013 RFA 10대 뉴스를 듣고 계십니다.

이예진: 자, 이번엔 금강산과 이산가족 상봉 얘기를 해 볼까요?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도 벌써 5년이 넘었는데요. 올해는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를 목적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제기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회담 시기를 놓고 남북이 신경전을 벌이다가 결국 둘 다 무산되고 말았는데요. 이 부분 정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노재완: 네, 금강산 관광 회담은 개성공업지구 재가동이 된 직후 북한이 자신 있게 남측에 제안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당시 이산가족 상봉과 함께하자고 그랬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산가족 상봉만은 남한에선 수용할 거로 보고, 거기에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도 같이 끼운 겁니다. 그때까지 남한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문제는 별개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어렵게 성사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혹시나 무산될까 봐 일단 이산가족 상봉부터 하고, 그다음에 금강산관광 회담도 열자는 역제안을 했는데요. 하지만 북한은 남북이 합의한 이산가족 행사를 직전에 무산시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당시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무산시킨 이유로 ‘금강산관광을 통해 북한이 외화벌이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남한 언론의 보도를 들었습니다. 당시 북한이 발표한 내용을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조선중앙통신 : 민족공동의 사업인 금강산관광에 대해서는 그 누구의 '돈줄' 이니 뭐니 하고 중상하는가 하면..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되면서 결과적으로 금강산 관광 회담도 무산됐는데요. 이후 남북은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상호 비방전을 이어갔습니다.

이예진: 그런데 북한이 인내력을 갖고 개성공업지구 사태에 임했던 것과 달리 이산가족 상봉은 정말 무성의하게 대하지 않았습니까. 당시 북한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나요?

노재완: 그렇습니다. 8월 개성공업지구 정상화 합의를 계기로 대남 비난공세를 자제했던 북한이 9월 11일 공업지구가 가동되기 시작되면서 개최 합의를 이뤘던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돌연 연기하자고 전해왔습니다. 사실 개성공업지구 정상화 합의 이후 남북관계는 순조롭게 풀리는듯했거든요. 북한은 재가동을 위한 합의가 도출되는 과정에서 사실상 남한의 요구를 거의 다 수용했습니다. 남북 간 회담 날짜와 장소는 물론이고 의제와 관련해서도 양측은 매번 실랑이를 벌였지만, 그때마다 남한의 입장이 관철되는 모양새를 취했습니다. 이 때문에 당시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남한 정부가 갖게 됐다는 평가도 나왔는데요. 이런 가운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회담이 열리는 등 남북관계가 급진전하는 상황이 전개되자 북한은 갑자기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나중에 열기로 한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부터 열자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금강산 관광 재개는 재발 방지 외에도 5.24조치 해제 등의 문제가 맞물려 있어 한 번의 회담으로 끝날 게 아니었거든요. 물론 북한도 이 부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일부에서는 북한이 향후 경협 사업의 주도권을 가지려고 속도 조절을 했다는 해석이 있고요. 또 더 이상 남측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북측의 경계감을 나타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예진: 네, 잘 알겠습니다. 노재완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노재완: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자유아시아방송의 ‘2013 10대 뉴스’ 세 번째 시간, ‘개성공단 폐쇄에서 재가동까지’편을 마칩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말 잔치로 끝난 농업개혁’ 편을 보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