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테러해제 불가" 미 행정부 강경기류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 여부는 올림픽 참석차 중국을 방문하는 부시 미국 대통령과 중국 최고 지도부와의 회담 결과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검증체제 없는 테러해제는 안된다는 기류가 부시 행정부내에서 높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변창섭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핵 신고내역에 대한 검증체제를 마련하는 작업이 북한의 테러해제 시한인 11일까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재 부시 행정부의 입장도 검증체제 없는 '테러해제 불가'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워싱턴의 정통한 외교 전문가는 미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해 "며칠전 북한 테러해제 문제를 놓고 부처간 논의를 벌였는데, 국방부와 에너지부, 정보당국 등은 수용가능한 검증체제 없이는 북한의 테러해제는 안된다는 입장을 강하게 개진했지만, 유일하게 국무부 동아태국(EAP)만 현재의 협상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북측과 타협할 용의를 비췄다"고 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미 정보당국에서 오랜 대북문제를 취급해온 이 전문가는 "부시 행정부내의 이같은 기류는 미국이 종전처럼 북한과의 의견차를 대충 얼버무리는 식의 협상은 곤란하다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테러해제 불가 입장이 소수가 아닌 다수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한국을 방문한 부시 대통령이 검증체제 없이는 북한에 대한 테러해제가 늦춰질 것임을 경고한 것도 이와 같은 행정부내 기류를 대변한다는 것이 이 외교전문가의 지적입니다.

현재 북한은 검증체제와 관련해 핵샘플 채취와 핵의혹 시설에 대한 불시 방문 등 핵심 쟁점에 관해 미국과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당초 이번주 성 김 국무부 북핵담당 특사가 베이징을 방문해 북측과 다시 만나 검증체제에 관한 이견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국무부측은 성 김 과장이 이번주 베이징을 방문하지 않는다고 6일 말했습니다. 이처럼 양측 이견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증체제를 오는 11일까지 마련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나 북핵 협상 타결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강한 의지를 감안할 때 막판 타결 가능성을 점치는 견해도 있습니다. 국무부 북한 담당관을 지낸 케네스 퀴노네스 박사는 부시 대통령의 이번주 중국 방문중 중국 최고 지도층과의 협의 결과에 따라 타협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Ken Quinonnes: 타협안이 나온다면 부시 대통령은 예정대로 11일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되 특정 시한까지 검증체제 마련에 동의하지 않으면 다시 테러명단에 올리겠다고 할 가능성이 있다.

또, 미국이 추가 시한을 제시한다면 그 시한은 비핵화 2단계 시한인 10월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퀴노네스 박사는 분석했습니다.

다트머스대(Dartmouth) 데이빗 강 교수는 “부시 대통령이 테러해제를 늦춘다해도 놀랄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북한과의 신뢰구축 차원에서 당초 공언한대로 해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Prof. David Kang: 내가 볼 때 북한에 대한 테러해제는 순전히 상징적인 제스처에 불과하다. 따라서 당초 북한을 테러해제하기로 했다가 검증체제를 이유로 태도를 바꾼다면 미국의 실천 의지를 늘 의심해온 북한의 부정적인 반응만 초래할 뿐이다.

그러나 현재 부시 행정부가 철저한 검증체계를 마련하라는 의회 등의 압력에 직면해 있고, 검증체제도 국제 표준에 부합해야 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타협 가능성을 적게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미국과 합의한 제네바 합의문은 국제원자력기구의 기준에 미흡한 것이었지만 북한은 이를 핵확산체제(NPT)속에 북한만이 예외를 인정받았다는 식의 주장을 해왔다”고 말하고, “북한은 이번 검증체제 협상에서도 예외적 입지를 인정받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미국은 반대로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습니다.